이번 이야기는 미국 주택 정원 가꾸기 편 입니다. 3월 마지막 주 일상하루 편에서 잠깐 얘기를 했었는데요, 이 곳 시댁에서 신랑과 저는 매주 월요일에 시부모님을 대신하여 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 사실 정원 가꾸는일은 저에게 미국드라마 위기의 주부들 (Desperate Housewives)에서 가브리엘 아주머니의 어린 남자친구(?)가 가브리엘 아주머니네 정원을 가꾸는 장면을 잠깐 본 게 다 입니다.
신랑은 어렸을 때 용돈 받으려고 부모님과 조부모님댁에서 잔디도 깎고 해서 어느정도 아는것 같지만, 저는 27년 동안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일입니다. 앞 뜰, 뒷 뜰. 한 번 시작하면 족히 1시간 반~2시간은 걸리는 작업이에요. 특히 제가 맡은 잡초 뽑는 부분은 허리도 많이 숙이고 작업해야하는 일이 많지만 호주 농장에서 8개월 정도 일좀 해봤다고 손에 흙 묻히며 일하는게 다행히 그리 낯설지는 않았습니다. ㅎㅎㅎ
참, 미국 오기 전까지만 해도 정원 가꾸는일이 영어로 gardening 인 줄 알았는데, 여기서는 yard work 이라고 하네요. 캘리포니아만 그런건지 미국이 다 그런건지는 모르겠어요. 잔디 깎는것은 mowing the lawn 이라고 하고, 잡초 뽑는 일은 weeding the lawn 이라고 하면 됩니다. 처음 yard work 한 날, 아버님께 ‘오늘 저 잡초 뽑았어요 (I did weeding today).’ 이라고 했다가 신랑한테 지적받았었습니다. weed가 대마/마리화나의 동의어이기 있기때문에 잡초뽑는걸 weeding 이라고 하면 자칫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정확히 weeding the lawn 이라고 하거나 아니면 그냥 yard work 이라고 하는게 나은 표현이라고요. 그 이후로부터는 자신감있게 아버님께 말합니다. I did yard work today (저 오늘 잡초 뽑았어요)! 자, 그럼 미국에서 정원은 어떻게 가꾸는지 단계적으로 알아볼까요? 설명 (선) 그리고 사진 (후) 순으로 보여드릴께요.
남자의 잔디 깎기
1. 우선 앨리 화장실인 뒷 마당 용변을 치웁니다. (신랑 무자게 하기 싫어해서 보통은 어머님이 미리 아침에 치워주시는데, 미처 발견못한건 제가 치워줍니다)

2. 그리고 뒷마당, 앞마당 잔디를 잔디깎기 기계로 깎습니다. (잔디깎기 기계에 연료가 충분히 있는지 사전 체크 필수)

3. 테두리 전용 잔디 깎기로 미처 깎이지 않은 테두리를 깎는 작업을 하고 (잔디가 날카롭께 깎이니 보호 안경을 꼭 착용해야함)

4. 바람이 나오는 청소기를 이용하여 사방팔방 튀어버린 잔디 조각들을 정원쪽 혹은 도로쪽으로 날려 1차 정리.

5. 이미 바닥에 짓눌려 청소기로 해결이 안되는 잔디 조각들은 빗자루를 사용하여 약간 긁어준 후에 잔디 안쪽으로 쓸어버립니다.

여자의 잡초 뽑기
1. 뒷마당 나무들의 잎파리 중 죽은 나뭇잎 떼어주고 (가끔가다가 가지가 너무 많아지면 가지도 잘라 쳐주어야함)

2.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을 쇠갈퀴(Leave Rakes)를 이용하여 한군데로 모아준 뒤

3. 정원용 큰 바구니에 주어 담습니다. (나뭇잎을 주워내야 뽑아야 할 잡초들이 잘 보임)

4. 작은 잡초들을 손으로 뽑고 어느정도 자란 잡초들은 손으로는 잘 안뽑아지니 작은 삽을 이용하여 뿌리까지 뽑아내고요.

(위) 꽃들 주변 옆으로 듬성 듬성 자란 잡초 새싹들이 보이시나요?

위의 잡초들은 뿌리가 깊어 기구를 이용해야합니다.
5. 잡초들이 너무 많이 한군데 많이 자라버렸거나 게중에는 뽑기 힘든 뿌리를 자랑하는 잡초들이있는데, 그놈들은 괭이(hoe)를 이용하여 바닥뿌리를 다 긁어내어 잡초를 죽여줍니다.

(위) 뿌리뽑기 어려운 잡초 군단 1.

(위) 엄청난 민들레 잡초 군단
5. 나무들 밑에 부분에 새로 자라는 싹들을 모두 제거 (쓸데없는곳에 영양분이 가는것을 방지)하고

6. 마지막으로 꽃과 풀들을 갉아먹는 달팽이 왕국을 처치합니다.

(위) 숨어있는 달팽이 한마리.

(위) 그리고 여러마리.

찾기 어려운 민달팽이 까지.

민달팽이는 Slug (슬러그)라고 합니다. 학교 다니면서 한번도 외워보지않은 생활영어 매일 조금씩 배우고 있는데 정원을 가꾸면서도 새로운 단어를 배우네요.
전 편에서 달팽이 왕국을 잠깐 언급했었죠? 달팽이의 번식력은 정말 어마어마 하기 때문에 신랑과 저는 달팽이 왕국 (Snail Kingdom) 이라고 부릅니다. 거짓말안하고 위의 사진에서 보듯이 매주 월요일마다 달팽이를 지퍼락 가장 큰 사이즈에 가득 잡아 폐기함에도 불구하고 다음주면 또 지퍼락이 달팽이들로 가득 찹니다. 도통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아주버님은 옆집에서 달팽이들이 이동해오는거 아니냐고 하는데..흠. 아버님이 Snail Killer를 뿌려놓음에도 좀처럼 없어질 생각이 없는 번식력 높은 달팽이들입니다. 처음에 시댁에 왔을때는 학창시절 비오던 운동장에서만 볼 수 있었던 달팽이들이 반가워 살려주곤 했는데, 시부모님이 달팽이들이 정원의 꽃들을 죽이고 다닌다고 말씀해주신 이후로는 손발 걷어부치고 (달팽이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매주 달팽이 왕국을 몰살시키는 한국인 며느리입니다. 달팽이들은 정말로 꽃잎들을 어마어마하게 많이 갉아 먹습니다. 그래서 한 꽃밭은 모두 죽었어요. ㅠ 하여, 매주 달팽이를 잡고는 있는데… 언제쯤 정말 완전히 방빼줄지는 의문입니다.
달팽이를 지퍼락에 봉해서 버리는 이유는, 처음에 달팽이를 지퍼락에 봉하지 않고 종이에 싸서 쓰레기통에 버렸다가 달팽이들이 쓰레기통 벽을 다 기어올라와서 신랑이 매번 쓰레기통에 뭘 버려야할 때마다 소리를 지르고 난리도 아니였어요 ㅋㅋㅋㅋ 악몽까지도 시달렸다는 후문. ㅋㅋㅋ 그 이후로는 지퍼락에 봉해서 버립니다. ^^ㅋㅋㅋㅋ
깔끔하고 정갈된 정원을 유지하기위하여 사실 미국정원에는 달팽이 말고도 많은 killer들이 뿌려져 있습니다. 우리 아버님은 잡초 제거약과 달팽이 제거약을 뿌려놓으신걸로 알고있어요. 북미 최대 자재점인 Home Depot (홈 디포) 에서 모든 종류별 killer 구입이 가능합니다. 홈 디포 웹사이트를 잠깐 검색해봤는데요 – 개미, 나방, 민들레, 곤충, 뿌리 등등 여러가지 약들이 있네요.


정원 가꾸기 한달 후..





한달 사이에 꽃들이 부쩍 자란것이 보이시나요? 이곳 캘리포니아 북부에는 비가 잘하면 일주일에 한번 정도 내리고, 그 외에는 25-30도 사이를 오르락 내리락하며 강렬한 태양이 줄곧 내리쬡니다. 비가 자주 오지 않는 탓에 일주일에 두번은 정원에 살수장치(sprinkler)를 통해 물을 따로 주어야해요. 물도 정기적으로 주고 뜨거운 태양 덕에 꽃들은 무럭무럭 자라는것 같네요. 하지만 잔디와 잡초들도 같이 엄청난 속도로 자란다는 슬픈 사실. 그래서 어쩔수 없이 일주일마다 정원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버님은 일도 하시면서 일주일에 한번씩 어떻게 정원을, 그것도 혼자서, 가꾸어오신건지 참 존경스럽습니다. 집을 사고 관리한다는건, 특히 정원이 있는 집을 관리한다는건 정말 쉽지 않을 일임을 이번에 확실히 배우게 되었습니다.
이로서 정원가꾸기가 마무리됩니다. 짝짝짝!!! 신랑의 잔디 깎는 기술이 주마다 늘어가는건 저만의 착각일까요? 후훗 🙂 정원 가꾸기 – 일단 하고 나면 매우 보람차고 땀 흠뻑 흘리니 기분은 정말 좋습니다. 하지만…지금이야 일도 안하고 아이도 없으니 정원 가꾸는 일을 매주 하는게 문제 없지만, 점점 나이가 들어가고 이것저것 해야할게 많아지면 일주일마다 정원을 관리하는건 정말 피곤한 일이 되버릴것같아요. 그러면 저도 위기의 주부들 드라마의 가브리엘 아줌마 처럼 잔디깎는 청년을 고용해야겠죠?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