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로스앤젤레스(이하 LA)에 이사를 하면서 가장 놀랐던 건, 바로 영어 외의 외국어가 늘상 들린다는 사실이었다. 집을 나섰다 하면, 들리는 게 외국어 반 영어 반 일정도로 LA에서 살다보면 정말 다양한 언어들을 듣게 되고, 특히 대학 근처에서는 유학생들 때문인지, 난생 처음 들어보는 외국어도 상당히 많이 들린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들리는 언어는 단연 스페인어인데 그도 그럴것이 현재의 캘리포니아 주, 텍사스 주, 유타 주, 뉴멕시코 주, 애리조나 주, 콜로라도 주, 네바다 주의 일부는 약 170년 전 멕시코-미국 전쟁(1846-1848)이 일어나기 전까지만해도 멕시코 땅이였다고 한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멕시코 땅의 후손들이 수세대를 거쳐 현재의 미국 땅에 살고 있다. 아울러, 북아메리카 아래에 위치한 남아메리카의 대부분의 나라들이 스페인어를 제 1언어로 사용하고 있고, 지리적 접근성을 이용하여 미국으로 이주를 많이 해왔기 때문에 오늘날 미국 인구 7명당 1명은 히스패닉계(스페인어를 쓰는 중남미계의 이주민)인게 어쩌면 당연한 얘기일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이유로,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주인 캘리포니아 주, 텍사스 주, 애리조나 주, 뉴멕시코 주에서는 자연스럽게 히스페닉계 주민들이 많이 살고 있고, 스페인어가 제 2 공식 언어로 통용까지는 아니지만 영어와 함께 널리 사용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모든 관공서 및 일상생활에서 제공되는 자료들이 영어와 스페인어 동시에 안내가 되고 있을 정도이다.
미국 인구조사 기관인 Census의 2020년 자료를 보면, 미국의 총 인구수는 3억 3천만명으로 집계되었으며,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인구는 5천 9백만명으로 나온다. 이는 한국 인구수보다 더 큰 규모가 미국 내에서 스페인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아래 그래프는 Census의 2017년 자료로, 미국 가정에서 영어 외에 사용되는 외국어 비율을 보여주는데, 당시 스페인어 사용자는 4천만명을 기록하며 다른 언어와 비교했을 때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내 가정에서 스페인어를 주 언어로 사용하는 비율
캘리포니아 주: 29.5%, 1천만명
텍사스 주: 29.5%, 7백만명
뉴멕시코 주: 28%, 54만명
플로리다 주: 20.9%. 4백만명
애리조나 주: 20.4%, 1백만명
물론 이중에는 스페인어와 영어 둘 다 유창하게 하는 이중 언어 구사자들이 있지만, 또 개중 1세대 이민자들의 경우에는 스페인어만 구사가 가능하고 영어는 전혀 안되는 사람들도 정말 많다. 미국에 이민 온 후 한인타운에서만 주로 한인들과 교류한 1세대 이민자분들중에 영어를 여전히 잘 못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에 이민을 온 지 10-20년이 지났는데도, 히스페닉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마을에 살면서 같은 히스페닉계와만 교류를 하여 스페인어만 가능하고 영어를 여전히 아예 못하는 히스패닉계 이민자들도 상당히 많이 있다. 미국에서 영어를 못하는게 가능해? 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충분히 가능하다. 기본적인 영어 구사를 못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경우는 의외로 꽤 많고, 영어를 못해도 어떻게든 다 먹고 살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백인 다음으로 히스페닉계 인구 비율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세번째가 흑인), 미국 선거 유세 현장에서 미국 정치인들의 스페인어 연설을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데에는 영어를 유창하게 하지 못하는 히스페닉계 유권자의 표심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배경이 뒤에 자리잡고 있다.

20개국 총 4억 5천만명이 사용하는 UN 공식언어, 스페인어

유엔 공식 언어 중 하나이기도 한 스페인어는 오늘 날 전 세계에서 4억 5,200만의 인구가 모국어로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모국어로서는 10억명 이상이 사용하는 언어인 중국어 다음으로 두번째로 많이 쓰이는 언어이라고 한다(세번째가 영어). 다만, 중국어와는 다르게 스페인어는 전세계에 걸쳐 20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또한, 스페인어는 전 세계의 모든 언어 중 가장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언어라고도 보도되고 있는데, 미국 내에서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이들은 1990년 이후 두 배 이상 증가했고, 이같은 추세가 유지된다면 2050년 즈음에는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인구가 미국 인구의 30%에 달하는 1억 3천만명을 기록하며 멕시코를 제치고 스페인어 사용 인구가 많은 국가가 될 것이라고 CNN이 보도한 바 있다.
스페인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미국에 이민 오기 전, 나는 내가 이주할 곳인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스페인어가 널리 사용된다는 점을 인터넷에서 보고, 스페인어를 배워야 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처음 하게 되었었다. 그리고 스페인어를 배워야 겠다는 생각은 LA에 오면서 더 강해졌다. 출퇴근 길 버스안에서 사방팔방에서 들리는게 주로 스페인어인데, 무슨 대화들을 그렇게 재밌게 하는 지 궁금하기도 했고, 회사에서 일하면서 중남미에서 오는 문의에 응답을 해야하는 업무도 하게 되면서 언제까지 구글 번역기를 돌릴 수 없다고 판단이 들기 시작했다. 또한, 협력 업체의 직원들 중에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하시는 분들이 많고, 그중에서는 영어를 잘 못하는 분들도 꽤 있어서 아무래도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스페인어 학습의 중요성을 더 크게 느끼기도 했다. 그리고 구인 공고를 보면 스페인어 & 영어가 가능한 이중언어구사자를 구하는 곳이 정말 많아 업무를 스페인어로 편하게 할 줄 아는 정도가 되면 취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생기기도 했다.
나의 현재 스페인어 실력은 입문을 떼고 초급단계로 넘어간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여전히 많은 연습과 암기가 필요하지만, 일상적인 주제나, 기본적이고 간단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언젠가 유창하게 스페인어로 업무처리를 하고, 더 많은 사람들과 외국어로 소통하고, 그리고 남미 국가들을 여행하며 현지인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하면 정말 짜릿하다. 아래는 내가 생각하는 스페인어의 매력 포인트이다.
외국어로서 스페인어의 매력 포인트
- 쉽게 시작할 수 있음 – 라틴어 계열이기에 영어를 할 줄 알면 비교적 쉽게 시작할 수 있음
- 알파벳을 따로 배우지 않아도 됨 – 영어 알파벳 거의 그대로 쓰임
- 발음 하기 쉬움 – 적힌대로 발음하며 영어처럼 예외가 없음
- 취업에 도움이 됨 – 중남미로 진출하는 업계 또는 국제 기관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에도 도전 가능
- 여행지 선택 폭이 넓어짐 –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20개국의 나라에서 자유롭게 여행 가능
- 새로운 문화의 이해 – 언어는 문화를 배우는 것이다. 아는만큼 들리고 보이게 됨
- 미국에서 연습 및 활용할 기회가 정말 많음 – 히스페닉계 인구가 많이 사는 주에 해당
물론, ‘영어를 배우기에도 벅찬데 스페인어까지 배워야하나?’라고 고민을 했던 시기도 있었다. 미국에서 영어를 생존하기 위해서 쓴다고 쳤을 때, 스페인어는 내 삶을 더 풍요롭고 윤택하게 만들기 위해서 배우고 싶다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업무적으로도 무리없이 스페인어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 정말 좋겠지만, 그 정도까지 아니더라도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과 일반적인 소통이 가능할 정도여서 언젠가 남미나 스페인 여행을 할 때 유용하게 쓸 수 있을 정도로만 배워도 더할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언어란게 아주 복잡한 유기체와 같아 정말 다양한 외국어 학습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며, 개인의 노력과 시간이 많이 투자되어야 하는 일이라 짧은 시간 안에 쉽게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그리고 전 세계에서 이렇게 스페인어를 많이 사용한다면 스페인어 공부를 한번 쯤 고려해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학창 시절에 제2외국어로 배웠던 중국어나 일본어 외에 추가로 어떤 외국어를 공부할 지 고민중이라면, 외국어로서의 매력과 장점이 많은 스페인어를 추천한다.
참고하면 좋은 글:
스페인어 입문자용 인강 추천 – 왕초보 편
스페인어 인강 추천 – 초급에서 중급으로
스페인어 인강 추천: 고급 문법 + 독해
내용 참조: Wiki 1, 2, Tele Language, CNN, US CENSUS Bure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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