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의 첫 추수감사절

안녕하세요~

힘찬 한주 보내시고 있나요? 오늘은 추수감사절에 대해 잠깐 얘기나누려고 해요. 저희 부부는 지난주 추수감사절을 맞아서 시댁이 있는 캘리포니아 북쪽의 작은 도시 모데스토(Modesto)에 다녀왔어요. 신랑이 일찌감치 휴가를 받아서 저희는 추수감사절 일주일 전에 시댁에 올라갔었지요. 이번 추수감사절은 미국에서 보내는 저의 첫 추수감사절이자, 첫 명절이라 나름 뜻 깊었던것같아요. 미국 추수감사절에 저희는 무슨 일을 했고 또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살짝쿵 공유하고 갈께요.


Thanksgiving Day

미국에서 추수감사절은 매해 11월 마지막 목요일로 지정되어있는 연방연휴일이에요. 한국의 추석과 비슷한 명절인 추수감사절에는 가족들이 모여 칠면조를 포함한 추수감사절 대표 음식들을 먹으며 함께 시간을 보내요. 추수감사절은 1621년 신대륙에서 갖은 풍토병과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어렵게 첫 수확을 거두게된 청교도들이 하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정착에 큰 도움을 준 인디언들을 초대해 함께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시작되었다는데요, 이러한 풍습은 오늘날까지도 감사를 드리는 날의 의미인 Thanksgiving Day이라고 일컬어지며 이어져오고 있어요.

text-blog-my-first-thanks-giving-1

자라면서 ‘타인의 집에 갈때 빈손으로 가지 말라’라고 귀에 박히게 된 엄마의 말씀대로 고심끝에 어머님께 드릴 추수감사절 느낌 물씬나는 꽃다발과 아버님이 좋아하시는 수제 초콜릿 한 상자를 사가져갔어요. 두분은 워낙이 음식에 관해 까다로우셔서 음식 대신 좋아하실 만한 간단한 선물을 준비해갔는데 결과는 두분 다 아주 좋아하셔서 성공이었답니다. ‘_’V

대망의 추수감사절이 왔습니다! 일어나고 1층으로 내려오니 이미 가족들은 텔레비전 주변으로 앉아서 추수감사절 행진을 보고 있더라고요. 이 추수감사절 행진은 Macy’s Thanksgiving Parade이라고 불리우고요, 추수감사절 당일날 아침 9시부터 정오까지 이어져요. 올해로서 벌써 89년째 이어진 행사래요. 미국에 살다보면 언젠가 저 행진을 직접 뉴욕에서 볼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네요.

추수감사절 음식

text-blog-my-first-thanks-giving-6

추수감사절에 먹는 음식은 칠면조(Turkey)가 주인공이며, 칠면조와 곁드릴 크랜베리 잼/젤리 혹은 소스 그리고 곁들여 먹는 야채 소(stuffing)으깬 감자요리 (Mash Potato)와 고기를 익힐때 나오는 육즙에 밀가루를 넣어 만든 그래이비 소스(Gravy), 마지막으로 오븐에 넣어서 천천히 익혀 만드는 찜 비슷한 요리인 캐서롤(casserole)이 있어요. 안타깝게도 주방에서 도와드리느라 노릇노릇하게 구어진 터키 사진은 못 찍었네요 ㅠㅠ 나중에 사진찍으려고 했을 때엔 아버님이 터키살을 다 분리하셨더라구요..ㅠㅠ 이건엔내년에 찍는걸로..^^:

칠면조는 닭보다 엄청 크기가 크기때문에 10여명이 먹어도 정말 많이 남았어요. 남은 터키 살, 그래이비 소스, 크랜베리소스, 야채 소는 다음날 샌드위치로 만들어서 먹더라고요. 하루 냉장고에서 보낸 칠면조는 약간 비릿한 냄새가 나긴했지만 막상 먹을때는 비린내도 안나고 괜찮았어요. 샌드위치 큰 거 두개나 헤치울 정도였으니 생각보다 꽤나 맛났답니다.

text-blog-my-first-thanks-giving-16

사진 속 음식외에도 추수감사절에는 대표적인 디저트인 호박파이(Pumpkin Pie)를 먹어요. 저희 시댁식구들은 워낙 디저트를 좋아해서 어머님이 이번에 호박파이를 두 판, 사과로 만든 파이 한 판 그리고 바나나 푸딩까지 한판, 총 네가지의 디저트를 준비하셨는데 이 디저트들은 추수감사절 다음날 모두 동났답니다. 허허허. 저는 이번에 처음으로 호박파이를 먹어보게 되었는데요, 저의 인생 파이로 자기매겼다지요. 평소 단거를 안좋아해서 온갖 디저트 및 과일 파이들과 거리를 두고 살았는데.. 호박파이는 정말 딱 적당히 달고, 감칠맛 나더라고요. 너무 맛있었어요. 코스트코의 호박파이도 정말 맛있기로 소문나있다고해서 먹어봤는데, 싸고 양도 많고 게다가 맛도 좋았어요. 물론 어머님이 만드신 홈메이드 호박파이를 따라올순 없지만요! 흐흐. 혹시 호박파이를 맛본적이 없으신 분들이 있으시다면 맛보기를 추천드려요. 한국의 코스트코에서 팔고 있을지 궁금하네요.

먹기에 급급해서 너무 대충찍은탓에 사진 상 음식들이 그닥 맛있어 보이지 않네요 ㅠㅠ 심지어 저희 어머님은 가족들이 모이는 날이면 무조건 일회용 종이접시, 일회용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하셔서 뭔가 화려한 데코레이션으로부터 멋드러져 보이는 효과도 없네요; 그래도, 설거지는 대폭 줄어들었으니 전 불평하지않습니다. ㅋㅋ

text-blog-my-first-thanks-giving-7

대게 추수감사절 식사는 저녁에 한다는데 저희 시댁은 점심시간에 식사를 한대요. 식사를 마치고 큰 시누이가 미식축구공을 가지고 뒷뜰에서 조카들과 놀아주고있는 모습도 한컷 찍었어요.

text-blog-my-first-thanks-giving-15

이제는 저희 시댁가족들은 모두가 플레이할 수 있는 보드게임 카탄(Catan)! 이 날의 승리는 큰 시누이가 거머쥐었어요. 한국에선 명절때마다 가족 어른들이 고스톱치던게 기억나는데, 저희 시조카들은 명절때마다 저희 가족들이 카탄을 한다고 기억하겠네요. 혹시 보드게임에 관심있으시면 카탄 강추합니다!

식구들 해산하기 전, 거실에서 가족사진도 몇 장 찍었지요. 천반지축 엘리를 붙잡고 사진찍느라 쉽지 않았지만 덕분에 즐거운 추억도 만들고 좋은 시간 보냈답니다.

첫 추수감사절을 보내며 느낀건,

이건 정말 가정마다 다르겠지만 여태까지 미국에서 방문했던 모든 가정집에서는 손님들이 주방에 들어가지 않는 분위기였어요. 음식준비도 그렇고, 심지어는 정리 및 설거지하는 것조차 손님은 거들지 않더라고요. 특이한 점은, 자식들도 일단 분가를 하면 손님으로 여기기 때문에 분가 후 부모님 댁에 방문하더라도 주방에 들어오지 않고 집 주인인 부모님이 주방에서 총대를 메세요. 

이번 추수감사절에도 역시나 저희 시부모님만 엄청 바빠보였어요. 저도 나름대로 여기 저기 도와드리긴했는데 대부분의 요리는 어머님이 하셨고, 저는 보조 정도 역할을 했어요. 크게 도움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중에 아버님이 몰래 저에게 와서 어머님 일 도와줘서 정말 정말 고맙다고 말씀하셔서 너무 기뻤어요. 앞으로 음식도 조금씩 배우면 명절때에도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이 더 많겠죠? 후후. 아 그리고..자식 네명은 결국 아무것도 안도와주었답니다;; 한국부모님이라면 자식키워봤자 소용없다는 얘길 하셨을텐데, 이곳의 문화에서는 오히려 이게 자연스러운 일인것 같아요.

또 한국에서는 명절 때 큰댁이나 조부모님댁에 가족들끼리 모이면 제사돈을 드리잖아요. 이번에 추수감사절 음식 준비하면서 어머님이랑 같이 장을 봤는데 금액이 많이 나와서 나중에 신랑한테 음식준비에 돈을 챙겨드려야 하는지 여쭤봤는데, 미국에서는 명절을 포함해서 일반적으로 자식이 절대로 부모에게 돈을 건네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돈을 건네면 부모는 ‘내가 자식한테마저 돈을 받아야 할 정도인가’라고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어요. 심지어 은퇴를 하고 노후에도 자식한테는 돈을 받지않는다고 하네요. 그런데 이건 중산층 이상으로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닐까요? 영화나 미국 드라마에 보면 자식들에게 돈을 요구하는 부모들도 많이 보이잖아요. 어쨌든, 시부모님께 명절 돈을 챙겨드리지 않아도 된다고 하니, 대신 앞으로 시댁 갈때마다 시부모님이 좀 더 좋아할만한 것들을 챙겨가야겠어요.

이렇게 쭉 써보니, 미국의 명절도 한국의 명절과 크게 다르지 않은것 같죠? 가족들끼리 모여서 음식해 먹고, 게임하고, 놀고, 얘기하고하는 모습은 한국과 비슷한것 같아요. 이제 곧 성탄절이라 또 시댁에 조만간 올라갈 예정이에요. 다음편에는 미국인들이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방법편 이야기를 갖고 올께요. 추운데 감기조심하시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Featured Image of Pumpkin Pie, courtesy of Very Best Baking

Ciena

캘리포니아에서 활동하는 블로그 운영자이자 콘텐츠 제작자입니다.

Press ESC to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