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 다음날,
추수감사절이 되기 이틀전부터 각종 요리와 디저트를 준비하셨던 어머님은 쉴만도하신데 아침부터 이것 때문에 바쁘셨습니다. 그건 다름아닌, 크리스마스 장식! 저희 어머님은 집 꾸미시는걸 정말 좋아하세요. 푸르른 봄, 파란빛의 여름, 추수감사절 느낌이 물씬나는 가을, 크리스마스 느낌의 겨울 -이렇게 분기별로 바꾸시고 있어요.
미국에서는 가족을 확장해가기 시작하면 아파트에서 살지 않고 대부분 정원이 있는 전원주택으로 이동을 하는데(혹은 하고자 함), 아무래도 전원주택은 공간이 많다보니 집안 꾸미는것을 취미로 하는 주부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미국 상점 어디를 가든 홈데코 집안 장식용품이 늘 즐비하게 판매되고 있더라고요. 이렇게 집안에 놓는 작은 장식품들을 영어로는 닉넥스(knick knacks)라고 불러요. 5개월 동안 시댁에서 있으면서 어머님을 관찰한 결과, 어머님은 이런 닉낵스들은 야금야금 모으시더라고요. 지금도 집안 장식품들이 큰 상자로 몇박스나 되서 실제로 세보면 정말 천개도 넘는것 같은데, 여전히 어머님은 쇼핑가실때마다 하나 두개씩 모으시고 있어요. 이건 어머님 뿐만아니라, 어머님 친구분들도 모두 똑같이 가지고있는 쇼핑 패턴? 혹은 취미인것 같구요.
어쨌든 이날, 어머님은 오전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정장 8시간동안 식사도 거르시고 집안 장식을 하시는데 몰두하셨답니다. 저도 정오때부터 도와드리긴했는데, 만약 혼자하셨더라면 하루도 모잘랐을것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 이렇게 시간이 많이 걸렸는지 궁금한 분들을 위해 간단히 그날의 일과를 정리해보았습니다.
1. 기존의 장식품을 모두 거두기 (높은 선반위의 장식품도 사다리를 이용하여 내려야 함)
2. 장식품을 올리기 전, 나무 가구 세척제로 가구들을 모두 닦기
3. 크리스마스 장식품 박스를 창고에서 가져와 꺼내놓기
4. 유리병을 닦고, 유리병에 묶는 리본을 크리스마스 느낌의 리본으로 바꾸기
5. 닉낵스들 배치
6. 크리스마스 트리에 장신구 달기
7. 정원에 크리스마스 트리 전구 설치
장식품이 든 박스 내리고, 정원에 크리스마스 트리 전구 설치는 아버님이 도와주셨어요. 셋이서 열심히 어떻게 일했는지 사진으로 몇장 보여드릴께요.

아침에 푹 자고 1층으로 내려오니 이미 어머님은 추수감사절용 장식품을 다 거두고 치우셨더라고요. 혼자하시느라 오전 내내 걸리신것 같아요. 이미 제가 내려왔을때에는 크리스마스 장식품들이 위의 사진처럼 박스에서 나와 배치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장식품 배치가 시작되었어요. 장식품 배치는 어머님이 전담하셨고, 저는 그 동안 크리스마스 트리에 올릴 장신구들을 열심히 달고 있었답니다. 크리스마스에 올리는 장신구들은 영어로 크리스마스 올나먼츠 (Christmas Ornaments)라고 불리워요.

많은 장식품들에는 시댁가족 이름들이 새겨져있거나 적혀있기도해요. 위의 사진속에 눈사람 가족 너무 귀엽지 않나요?

거실 테이블위의 올라간 장식들도 보이구요,

진열대 위에는 이 장식품들이 올라갔네요. 시댁부모님 모두 기독교인이라 아기예수님과 동방박사에 관련된 장식품들도 여러개 진열하셨네요.

주방싱크대위의 올라간 장신구들은 이 아이템들입니다. 양쪽으로 보이는 화병들을 포함하여 다른 화병들 모두 제가 물로 닦고 물기도 말리고, 조화도 넣은 뒤 마지막으로 리본으로 장식까지 했답니다. 화병 안쪽까지 수건으로 닦아 말리느라 시간이 꽤나 걸렸어요.
아 그리고, 뒷뜰에 보이는 과일나무는 오렌지 나무에요. 시댁에 갔다가 내려올 때 대여섯개 가져왔는데 정말 잘 먹었어요. 역시 정원이 있으니 과일나무도 심고 좋은 것 같아요. 열심히 일하다보면 언젠가 저희 부부도 정원이 있는 집에 살 수 있을까요?

크리스마스 트리 넘버1! 제가 열심히 단 장신구들이 잘 안보여서 아쉽지만, 전체적으로는 이쁘죠? 남편 형제들이 어렸을 때에는 나홀로집에에 나올만한 정말 큰 크기의 수목을 가져다가 장식하셨었대요. 모두 성인이 되어 분가를 한 이후로는 생목으로 더이상 장식하지 않고, 이렇게 작은 플라스틱 크리스마스 트리 여러개를 집안 곳곳에 두신다고 하네요.

크리스마스 트리 넘버2! 트리하단에는 어린 시조카들이 오면 볼 수 있도록 4남매의 어릴쩍 사진이 담긴 핸드메이드 장신구를 달아두었어요. 크리스마스 트리가 하나 더 있는데, 미처 사진을 못 찍었어요. 다음에 기회되면 업데이트 할께요.


크리스마스 트리 3? 크리스마스 트리 밑에 얹히는 가운을 엘리에게 씌어 주었더니 시댁식구들 반응이 엄청 뜨겁네요. ㅋㅋ 시부모님, 남편 모두 열촬영중이에요 ㅋㅋ

짜짠~ 종합 상점중에 한 곳인 타겟 (Target)에도 벌써 크리스마스 장식품들이 엄청 진열되어있더라고요. 40불하는 크리스마스트리가 13불에 할인가로 팔리고 있길래, 저희 부부도 저희의 첫 크리스마스트리를 장만했습니다.
그런데 장식품들이 생각보다 저렴하지 않더라구요. 장식품 하나에 3불, 5불 혹은 10불까지도 하기도 했어요. 하나씩보면 비싼건 아니지만, 크리스마스 트리에는 적어도 30개는 있어야할텐데 장식품을 구입하는데 한번에 100불 넘게 쓰는건 좀 고민되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크리스마스 트리만 구입하고, 집에 왔어요. 집에와서 남편에게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품이 생각보다 비싸니 이쁜걸로 일년에 하나씩만 사는건 어떠냐고 물었더니, 이미 가지고 있는 크리스마스 장식품들이 좀 된다고 하며 어디선가 컨테이너 작은 박스를 가져오더라고요?? (이번에 시댁에 방문하면서 신랑 옛 물건들을 가져왔는데 그중 하나였나봐요)

쇼핑도 잘 안하는 이이가 크리스마스 장식품이 있다니! 왠일인가 했더니, 어머님 아버님이 결혼하시고 처음 맞은 크리스마스 때 트리를 사긴했는데 (저와 같은 이유로 한꺼번에 장신구를 사는건 부담스러워서) 12개 크리스마스 볼을 세트로 파는거를 하나 사서 장식을 하셨었나봐요. 꾸미기 좋아하는 어머님인데 12개의 볼로만 조촐하게 장식을 해야했던게 어머님 입장에서는 꽤나 속상하셨던것 같아요. 그래서 자식들에게 매해 하나씩 크리스마스 장신구를 사줘서 본인들 이름이 적힌 박스에 모을 수 있게 하기로 마음먹으셨고 매해 실천하셨다고해요. 덕분에 둘째 시누이도 독립할 때 크리스마스 장신구 한아름 안고 나갔다고하네요.
결혼하고 처음 장만하게된 크리스마스 트리인데, 이미 장신구가 30여개쯤 되서 너무 기뻐요! (알뜰 주부 입장에선 엄청난 돈 세이브!!) 저에겐 하늘에서 뚝 떨어진 선물 같지만 남편에게는 하나하나 추억이 가득한 소중한 선물이겠죠. ㅎㅎ 나중에 물어보니 어머님 말씀으로 저희 신랑은 매해 크리스마스 장신구 선물 받을때마다 이런거 필요없다고 투덜거렸다는데, 이렇게 용이하게 잘 쓸 날이 올 줄 아셨다면서 기뻐하시더라고요. 저도 후에 아이가 생기면 어머님 따라서 매년 성탄절 장신구를 장만해줘야겠어요.
이리하여 완성된 저희집 크리스마스 트리입니다. 천장을 닿을만큼 엄청 커보이지만 사실 1미터도 안되는 3피트 크기의 작은 트리에요. 신랑이 갖고 있는 장식품들이 정말 세월의 느낌이 묻는 오래된 것들이 많아서 별로 이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다 달고 이렇게 보니 이쁘네요. ㅎㅎ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에요.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코멘트 남겨주시고요~ 모두 따듯하고 즐거운 연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