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상대방 기분 안나쁘게 출신지 묻는 법

이 글은 상대방의 출신지를 요령껏 묻는 방법을 공유할 뿐, 상대방의 인종을 묻는 질문에 관한 내용이 아님을 밝힌다. 대부분의 한국인의 경우, 부모님 두 분 모두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국인일 확률이 높지만, 미국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부모님이 한 국가, 한 인종으로 딱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더 높기 때문에 인종을 묻는 건 사실 의미가 없고, 또 문화적으로 굉장히 실례되는 질문으로 상대방의 기분만 언짢게 할 수 있다. 반대로, ‘출신지’를 묻는 건 실례까지 될 일은 아니지만, 상대방 입장에서는 질문자가 정말 출신지만을 묻는건지, 아니면 질문에 숨은 뜻이 있어 내 ‘가족 배경(heritage)’을 묻는건지 헷갈릴 소지가 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고, 다른 뜻 없이, 상대방의 출신지를 묻는 방법을 공유하고자 한다.

한국에서 내 외모 또는 악센트가 약간 다르다는 이유로 “어디에서 오셨어요?”라고 질문을 받는다면 ‘무슨 뜻으로 묻는거지?’ 라는 생각이 들며 딱히 기분이 좋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아무리 다인종이 모여 사는 미국이라 할지라도 “Where are you from?”이라는 질문은 상대방의 기분을 묘하게 상하게 할 소지가 있다. 하지만 미국은 멜팅팟이 아니던가. 전세계 어느 곳보다 다양한 인종과 각기 다른 배경의 출신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미국에서 살다보면 누구나 한번쯤 내가 말하고 있는 상대방의 출신이 궁금해지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인데, 종교나 결혼여부를 묻는게 아주 큰 실례로 치부되는 미국에서 출신지를 묻는 질문은 실례까지는 아니지만 어떤 뉘앙스로 물어보냐 따라에 상대방이 흔쾌히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 되기도 하고, 대답하길 망설여지는 질문이 되기도 한다.

Where are you from (어디 출신이세요)?
Are you Mexican (멕시코 사람이세요)?

위의 두 문장은 분명히 많이들 물어보는 질문이다. 두 문장의 공통적인 문제점은 질문자가 상대방이 현지 출신이 아니라고 가정을 이미 하고 물어본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질문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겉으로 표현은 안하겠지만 알기모르게 기분이 상한 채 대답을 짧게 하거나 회피하는 경우의 사람도 있을 것이다. 특히 특정 국가를 콕 찝어서 말했을 때, 상대방이 내가 언급한 국가 출신이 아니거나, 외지인이 아니라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인 경우, 내가 그냥 무심코 던진 질문으로 어색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Are you from here? (여기 출신이세요)?이라는 질문도 자주 쓰이는데, 이 문장에서 ‘here’이란 단어도 정확히 ‘어디’를 뜻하는 지 명확치 않아 대답하는 입장에서 난처할 수 있다.

그럼 좀 더 요령있게 상대방을 난처하게 하지 않고 출신지를 물어볼 수 있는 질문은 무엇일까? 바로 이 두 문장이다.

Are you from ___(도시명)___?

Are you from LA?
Are you from Austin?

Did you grow up in___(도시명)___?

✔ Did you grow up in New York?
✔ Did you grow up in Seattle?

여기서 도시는 바로 나와 상대방이 있는 도시를 말한다. 도시명을 언급하는게, 주(State)명을 언급하는 것보다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 그리고 질문 시 의심이 가득찬 목소리가 아닌, 밝은 목소리로 물어보는게 효과적이다. “Are you from LA?”라는 질문은 내가 우버 드라이버와 스몰 토크를 할 때 곧 잘 묻는 질문이다. 사실 LA는 할리우드 드림을 이루고자, 실리콘 비치에서 근무하고자 전세계의 수많은 인재들이 몰려 오는 곳이기도 하고, 미국 내에서도 두번째로 큰 도시답게 타주 출신의 미국인들도 앞다퉈 구직을 하려고 하는 곳이기에 LA에서 태어나고 자란 토박이를 만나는게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LA 토박이를 만날 확률이 적은데, 굳이 LA 출신이냐고 묻는 이유는 외국에서 온 이민자이거나 혹은 저 멀리 다른 주에서 온 미국인도 LA 출신이냐는 질문에 기분 나빠하며 대답하는 사람은 잘 없기 때문. 이 지역 출신임을 묻는 질문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현지인 같다’는 인정하는 말로 의미가 전달이 될 수 있어서인지, 대게는 거리낌없이 그들의 발자취를 공유한다. 해당 지역 출신들은 이미 지역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그들의 반응은 굳이 더 설명하지 않아도 될듯하다.

내 경험을 공유하자면, 내가 처음 만난 상대방에게 LA 출신이냐고 물어보면 – 외국에서 온 사람의 경우, 본인이 어떤 나라에서 태어났고 몇 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왔는지를 미주알 고주알 얘기해주기도 하고, 타주에서 온 미국 사람이라면 LA에 어떤 꿈을 쫓기 위해 대륙을 건너 이사를 왔는지를 흥분에 가득한 채 얘기해주기도 했다. 보통 나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며, LA 토박이가 아닌 경우 – LA엔 얼마나 살았는지, LA 삶은 어떤지를 묻고, 상대방이 LA 토박이인 경우엔 – LA가 지난 몇십년간 어떻게 변했는지 등을 물으며 스몰 토크를 이어 나간다. 대화하는 상대방이 미국에 온 지 얼마 안되었다는데 영어가 유창한 경우, 영어가 유창해서 현지 사람인줄 알았다고 칭찬해주면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얘기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다.

상대방의 악센트나 옷 입는 스타일(가령, 터번을 두르고 있다거나)을 고려했을 때 전~혀 미국인으로 보이지 않고 명백히 외국인으로 보여도 똑같이 위의 질문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간혹 현지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1세대 이민자인 부모님의 영향으로 강한 액센트를 고대로 익히게 된 2세대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특정 인종이 모여사는 마을에서 자란 사람들의 경우 (가령 한인타운 또는 히스페닉계가 많이 모여사는 지역 등), 영어는 유창하나 특유의 악센트가 있는 경우도 있고, 이중언어교육환경에 자랐지만 두 언어 모두 유창하게 잘 못하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악센트 및 외모는 외국인인지 아님 현지인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척도가 되긴 어렵다. 요점은, 행여 그렇게 생각되지 않다하더라도, 처음부터 상대방이 현지인임을 가정하고, 그 뉘앙스가 들어간 질문을 하는 것이다.

‘현지인 아닌것 같아요, 그래서 물어요’라는 의미를 내재할 수 있는 “Where are you from?” 질문보다는, ‘현지인 같은데, 여기 출신 맞으시죠?’라는 의미를 표할 수 있는 “Are you from LA?” 또는 “Did you grow up in LA?”라고 묻는 게 상대방의 기분을 묘하게 상하지 않고, 출신지를 물을 수 있는 방법이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을 들었을 때 마음을 더 여는 효과랄까. 물론, 이렇게 질문을 해도 상대방이 단답형으로 대답을 하거나 질문을 회피하려고 할 수도 있다. 이 때에는 상대방의 제공하는 답변 자체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더 이상 깊게 파고들지 않는 센스를 발휘하자.

“Where are you from?”문장을 사용해도 좋다. 하지만 상대방이 대답을 했을 때, “Where are you really from?”이란 질문으로 되묻지 말 것! 상대방의 인종배경을 캐는 질문은 절.대.로. 하지말자. That’s a no-no.


Featured Image courtesy of Priscilla Du Preez on Unsplash

Ciena

캘리포니아에서 활동하는 블로그 운영자이자 콘텐츠 제작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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