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에나의 미국문화 체험기 2탄 // 옷차림, 실례합니다, 콜센터

칭찬받는 옷차림 | ‘실례합니다’ | 콜센터와의 전쟁

안녕하세요! 드디어 문화체험기 2탄을 가지고 왔어요. 일주일에 한번은 올리고 싶었는데.. 쩝.. 이렇게 늦어져버렸네요; 그래도 재미있게 읽으셨으면 좋겠어요. 아직 1탄을 못보신 분들은 여기 ‘씨에나의 미국문화 체험기 1탄’ 을 클릭! 그럼 여기까지 짤막히 인사드리며, 바로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


장보러 갈 땐 일부러 후질근하게 하고 간다고?

지난 1탄에 이어 ‘외모’에 관련한 이야기를 오늘도 조금 해보려고해요. 지난번에 모든 미국여성이 화장을 하는건 아니라고 했었죠? 그런데 화장뿐만 아니라 옷도 한국처럼 사람들이 깔끔하게 차려입지 않는 분위기에요. 그래서인지 아님 미국사람들은 보통 칭찬을 잘 해주는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화장하고 옷 깔끔하게 입고 나가면 만나는 지인들을 물론이거니와 길 가다가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칭찬을 받을 가능성이 많아요.

여기서 차려입는다는 것은, 후질근하게 입은거의 반대를 의미해요. 화려한 옷도 아니고, 새옷도 아닌 – 정말 한국에서 주구장창 입었던 원피스, 코트만 입고 나가도 칭찬을 받기 일쑤라 사실 좀 쑥쓰러워요. 그만큼 외모에 신경을 안쓰고 평소 후리하게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서 한국 스타일의 깔끔하고 스마트해보이는 옷들이 눈에 띄이는걸까요? 마트를 가도 사람들 모두 집에서 입을 만한 아주 편한 복장으로 장을 보러 와요.

여기서 제가 원피스를 입고 가거나 색조 화장이라도 하고 나가면 ‘그 드레스 이쁘다’,’너가 신은 구두 정말 멋지구나!’,’오늘 데이트 가세요?’라는 멘트를, 아주머니, 젊은 남자 여자, 직원할거 없이 칭찬을 하는데 몸둘 바를 모르겠어요..민망하다고나 할까요;…그래서 요즘 전 일부러 머리 질끈 묵고 화장기 없는 얼굴에, 후드티 그리고 추리닝 입고 마트를 가고 있어요. 아니, 저희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 아주머니는 제가 하이힐만 신어도 어디 좋은 곳 가냐고 할 정도라니깐요!

그나마 대도시에 살고 있는 정도가 이 정도에요. 시댁이 있었던 작은 도시인 모데스토(Modesto)에 있었을 때에는 신랑 옷만 입고 다녔어요. 집에서 가족들이랑 사진 찍을때에는 그래도 원피스도 입고 했는데, 한국에서 즐겨입던 옷들이 워낙 몸에 달라붙는 스타일이라 그 옷들을 입고 밖에 나가면 모르는 남자들이 지나가면서 야유를 보내기 때문에 불편하더라고요. 그래서 결론은 저는 평소에 화장도 안하고 집근처 갈때도 대충 입고 나가고, 신랑이랑 어디 좋은곳 갈때나 친구들 만날때에만 화장하고 제대로 된 옷을 갖춰 입고 나갑니다. 허허.

“실례합니다”는 이럴때 쓰인다

미국에 와서 놀랐던것 중 하나는 좁은 공간에서 사람을 지나칠 때 “실례합니다”고 말하고 부분이에요. 이건 작은 도시나 큰 도시나 어딜가도 누구나 다 지키는 사회 예절인것 같아요. 왜 상점에서 내가 진열된 물건을 보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 제 뒤나 혹은 앞을 지나갈 때 있잖아요, 그럴 때 실례합니다 “Excuse me”를 저만 알아듣게 조용히 말하고 지나가더라고요.

한국에서도 비슷한 상황에서 실례합니다를 말하고 지나가긴 하지만, 보통은 상대방이 내가 갈 길을 막고 있을때에만 ‘비켜달라’는 의미로 말하잖아요. 그런데 여기서는 상대방이 내 길을 막고 있지 않아도, 상대방의 시야를 가리거나 아님 옷깃이 스칠 가능성이 있더라도 ‘실례합니다’를 말하더라고요. 호주에서는 상대방과 부딪혔을 때만 썼던것 같은데, 이런 부분은 또 호주와는 다른 것 같아요. 어쨌든 나를 배려해주는 말이니 이건 언제든 들어도 기분 좋은것 같아요. 모르는 사람과도 서로 존중한다는 표현을 하며 사는 느낌이랄까요?

그런데 신기한건 말이죠… 이렇게 상대방에게 예의를 지키는 미국사람들이 누군가에게 질문을 할 때에는 그렇게 잘 쓰는 “실례합니다”를 아무도 안말한다는겁니다. 정말 아.무.도. 안써요. 그냥 다가가서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질문을 쏩니다.

흠, 중고등학교때에 그렇게 외웠던 영어 대화문에서는 길을 묻거나 질문을 할 때엔 무조건 “Excuse me”로 대화를 시작하라고 배웠는데 말이죠. 캘리포니아주에만 이런걸까요? 아님 저는 지난 9개월간 질문할 때 Excuse me를 쓰지 않는 사람들만 우연의 일치로 보게된걸까요? 어찌됐건 반복학습 훈련된 저는 익스큐즈미를 꼭 붙이고 질문을 합니다. ㅎㅎ

도를 닦게되는 콜센터와 전화하기 

한국 콜센터는 미국에 있으면서 정말 탐나는 시스템이에요. 일단 전화하면 10분이상 대기한 적 없고, 대부분 문의하는 질문에 걸맞는 답을 주었던.. 게다가 늘 친절했던!! 오 나의 한국 콜센터… 지금에 와서야 무한 감사드립니다. ㅠㅠ 옆에 있을땐 몰랐어요. 이렇게 소중한 존재인줄.. ㅠㅠ  

일단 미국의 콜센터는 사기업에 전화를 하게 되면 나름 오랜 대기시간 없이 연결이 되지만, 왠일이지 자꾸 끊어지기 일쑤입니다. 상담직원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 질문하는것도 엄청 많고, 모든 질문에 답을 하고 나면 “어 확인해볼께, 끊지말고 잠시만 기다려봐.”하고는 전화가 끊어져요. ㅠㅠ 전화를 다시 하면 다른 상담원인데다가 아무리 큰 대형 회사여도 고객시스템 CRM도 없는지, 혹은 문의 전화 로그를 메모하지 않는지 새로운 직원은 아무 기록도 없다고 다시 말해달라고 또 똑같은 질문을 해댑니다.

이렇게 전화를 두세번 끊기다 보면 어느새 통화는 한시간이 훌쩍 넘기게 되어있어요. 나의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고 ‘홀드를 하지 않고’ 답을 이미 알고 있는 능숙한 직원을 만날 때까지 전화는 계속 끊깁니다…모르면 전화를 끊어버리는거 아닌가-라는 의심도 당연히 들지만 어쩌겠어요, 다시 전화기를 드는 수 밖에요…

이런 시스템에서 어떻게 사냐고요? 방법이 아예 없는건 아니에요. 24시간 온라인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라면 차라리 온라인 채팅으로 문의를 하는게 빠릅니다. 온라인 상담 서비스가 없는 경우라면, 시간의 여유를 갖고 도를 닦으며 콜센터와 전화 씨름을 할 수 밖에요.

보험회사처럼 문의 전화가 쇄도할것 같은 기관들은 더 가관입니다. 전화를 하면 전화 연결이 한시간, 두시간 되도 안되기 일쑤에요. ㅠㅠㅠㅠㅠ 전화량이 많아서 그런지는 저야 알턱이 없네요. 일단 여러개의 휴대폰을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걸고 누군가 전화를 받을 때까지 기다립니다. 기다린다기보다 옆에 두고 컴퓨터를 한다거나, 텔레비젼을 본다거나, 다른일을 하는거죠. 보험회사는 정보를 변경할게 있어서 매일 전화했는데 결국 연결이 안되서 한동안 포기하고 있다가, 몇주 후에 다시 전화를 해서 한시간 넘게 전화연결음만 듣다가 겨우 연결되서 변경을 했다지요.

한가지 더…

몇달 전 병원에 갔다가 약 처방을 받고 약국에 갔는데 약국에서는 제 이름 앞으로 처방전 온게 없다고 하더라고요. (병원에서 의사가 처방전을 전산으로 환자가 방문하고자 하는 약국으로 바로 보내는 시스템) 그래서 병원에 다시 전화를 했는데.. 20분, 30분이 넘도록 전화를 안받아서 다시 병원을 찾아갔습니다.

병원은 사실 약국에서 차로 5분도 안되는 거리였어요. 병원에 갔더니 환자는 아무도 없고 접수 직원들 세명이 하하호호거리며 얘기를 나누고 있더라고요. 아니, 세명이나 있는데 전화를 왜 안받으셨나요;;; 묻고 싶었지만, 그것보다 호기심 발동에 신랑이 접수처에 얘기하고 있는동안 저는 병원으로 다이얼을 눌렀더랬죠. 신호음만 가고 전화벨이 접수처 어떤 전화기에서도 안울렸던건 안비밀!!! 세분다 전화기를 꺼두시기라도 한건가요?!?!

미국에 온지 아직 1년도 안됐지만 미국에서는 가능하면 발품팔아 직접 면대면으로 정보를 묻고 처리하는게 가장 빠르다는걸 느꼈어요. (미국오기 전 제시님이 조언해 주신거 이제서야 완전 무슨말인지 알것같아요! ㅠㅠ) 뭐 어쩔수 없죠 ㅠㅠ 나라마다 장단점이 있기 마련일테니까요.. 사람들은 다른 문화권에 처하게 되었을 때 처음에는 혼란과 충격을 먼저 느끼고, 그러다가 분노하고, 그러다가 포기하면서 동화된다고 하잖아요. 이 문화충격을 어서 빨리 떨쳐버리고 억지로라도 동화되는 수밖에 없는것 같아요.


Ciena

캘리포니아에서 활동하는 블로그 운영자이자 콘텐츠 제작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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