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국음식점의 주방 | 화장은 옵션 | 야근안하는 미국인들?
안녕하세요!! 정말 간만에 인사드려요.
다들 잘 지내시죠? 저는 12월 3일인 오늘로서 미국으로 입국한 지 딱 9개월을 채우게 되었어요. 지난 9개월동안 저는 한국과는 다르거나 새로이 보이는 미국에서의 삶을 핸드폰 노트에 꾸준히 적어왔었는데요, 그 이야기들을 ‘씨에나의 미국문화 체험기’로 정해서 시간이 날때마다 조금씩 풀어보려고해요. 때론 개인적인 관점이 가미된 부분도 있고, 서울과 부산만해도 억양, 식문화가 다르듯이 제가 겪고 있는 일들이 미국 전 지역에 일반화되어있는 사실도 아니고 지극히 제 경험에 의해서 혹은 주변 지인에게 들은 일인지라 아주 협소한 범주내의 일들이오니 이 부분들은 감안해주세요. 작은 부분이지만 제가 겪고 있는, 그리고 현재 살고 있는 미국에서의 삶이 어떤지 간접적으로나마 전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그리하여 시작하게 된 대망의 씨에나의 미국문화체험기 1탄! 오늘은 미디어나 어느 매체를 통해서 들을 수 없었던, 저에게 가장 충격이었던 세가지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LA 한국음식점의 주방직원은 멕시코 사람들?
시댁에서 분가하여 LA로 이사오게 되면서 저는 정말 신이나 있었어요. 한국음식점 한 곳 없었던 인구 20만명이 사는 작은 도시인 모데스토를 떠나 LA에 온다는것은 저에게 한국 조미료 및 한국 물품을 쉽게 구할수 있을뿐만 아니라, 한국음식점들을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었죠. 도착하는 주부터 정말 매주 한번씩 나가서 한국음식점에서 외식을 하곤했는데, 가는 곳곳마다 우연찮게 보게되는 주방에는 멕시코 사람들밖에 보이지 않았어요. 특히나 처음에 갔던 한국식 중국집에는 손님들이 있는 홀에 주방에 있는 CCTV를 틀어놓고, 주방의 모습이 어떤지, 어떻게 조리되고있는지를 생방송으로 보여주고 있어 더 충격이었어요. 외국인이 요리해주는 한국음식은 어떨까.. 걱정이 되긴했지만, 뭐 이미 한국음식을 다년간 한 주방장과 직원들인지 맛은 한국인 입맛에 괜찮았어요.
그 뒤로 가는 곳곳마다 주방을 힐끗힐끗 지나가면서 보게되었는데, 작은 식당이든 큰 식당이든 직원들이 모두 멕시코 사람들이 근무하고있더라고요. 물론 홀 직원은 어딜가나 100% 한국인이에요. 가끔 가족이 운영하는 정말 작은 식당에는 외국인이 일하고 있지는 않았어요. 뭐.. 이제는 어느 나라 사람이 저의 한국음식을 조리해주든 신경안쓰게 되었어요. 왜냐면 엄청 잘 먹고 있거든요…ㅎㅎ 한인타운 어딘가에 한국요리 학원이 보이던데.. 그곳에 멕시코계 학생들이 많이 다니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모든 미국 여성이 화장을 하는건 아니다?
한국에서는 남의 시선을 사실 무시할 수 없잖아요. 집 앞 마트를 가더라도 너무 너저분하게 입고 가면 안되니 옷을 갈아 입기 마련이고, 입에 뭐라도 안바르면 아픈것처럼 보일 수 있으니 립스틱도 바르게 되고요. 외출 시에 화장을 안하고 나가면 남에게 실례가 된다는 말은 한국인 여성이라면 대부분 들어보셨을것 같아요. 그런데 그렇게 자라면서 들어왔던 환경과 달리, 미국에는 화장은 ‘본인이 원하면 하는 옵션’인것 같아요. 고객을 응대하는 일이 아니라면 여태까지 만나본 여성들은 대부분 화장끼없는 얼굴들이었고, 복장도 회사에서 특별히 복장에 대한 규제가 없는 이상 모두 캐주얼로 입고 출근하더라고요. 고객을 응대하는 분야와 아울러 패션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화장도 복장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갖춰 입고 다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본인의 취향에 따라 화장은 옵션으로 작용하는 같아요.
신랑의 직장 동료 여성분들도 회사에서 만날 때마다 화장끼없는 민낯이었고, 신랑 친구들을 만날때도 화장을 안하고 나오는 여성 친구들도 많았어요. 여하튼 저의 피부는 이런 환경덕분에(?) 대학교 간 이후로 정말 한 근 10년만에 제대로 숨을 쉬고 있어요. 미국에 있으면서 화장을 한 날은 교회갈 때와 신랑 친구들 가끔 만날 때를 빼고는 거의 없었거든요. 집 앞 마트를 갈 때에는 선크림만 바르고 가고 있고요. 미국인들은 킴 카다시안네 자매들처럼 엄청 꾸미고 다닐것 같지만, 정작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
누가 미국인들은 야근을 안한다고 했는가!!
“미국인들은 한국인들처럼 야근 안하고 칼퇴근한다.”, “미국인들은 회사(커리어)가 먼저가 아닌, 가족과 개인의 삶을 먼저로 삼는 삶을 살고있다” 라는 말 많이 들어보셨죠? 저도 미국에 오면서 ‘아~ 나도 이제 여기서 일하게 되면 야근은 안하며 살 수 있겠군!’ 이라고 생각을 했답니다. 하지만 실제 미국에 와서 보게된 미국의 근무 양태는 한국과 사실 아주 크게 다르지 않은것 같아요. 물론 칼퇴를 하고 야근이 없는 직종도 많이 있긴 하지만 그런 직종은 대부분 시간제로 운영되고 있고 미국에서는 저소득 직종으로 분류되고 있어요.
시간당 근무제로 일하고 있는 분들이 초과 근무를 할 경우에는 초과근무수당을 따로 계산하여 받고있고 (그렇지 않으면 회사는 고소를 당하기 일쑤), 워낙 한명 더 채용하는게 많은 비용이 부담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초과 근무수당이 일반 수당보다 더 높게 잡혀있긴 하지만 초과근무는 정말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어요.
연봉제 포지션으로 계약한 상황이라면 사실 추가수당은 없고 초과 근무, 즉 야근을 해야 하죠. 하지만 야근수당이 없어도, 연봉제의 경우 시급을 받는 사람이 초과수당까지 금액보다 높은 연봉을 받기 때문에 초과수당에는 불만 없이 일하는것 같아요. 신랑의 친구들 대부분도 초과근무를 하고 있고 업계특성 상(패션, 예술, 방송매체) 매일 하루 12시간씩 근무하는 친구들도 많더라구요.
Tech계 회사에 일하는 저희 신랑도 한달에 두 번 정도는 주말에 일을 하는것 같고요, 갑자기 일이 몰렸을 때는 일 가지고 퇴근하기도 해요. 애플사에서 일하는 시누이도 얘기를 들어보니 야근을 피해갈 수 없더라구요. 물론 야근이 없는 날이 야근을 해야하는 날보다 더 많고, 시즌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기도 하죠. 이건 한국도 마찬가지이잖아요, 그쵸?
그럼 여기서, ‘미국인들은 가족과 개인의 삶을 먼저 삼는게 아닌가?’ 라는 질문이 들을 수도 있는데요, 제가 보기엔 바쁜 와중에도 개인의 삶과 가족을 챙기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 것같아요. 근무 양태가 다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는게 아니라, 개인이 노력하여 삶의 우선순위를 바꾸고 있는거죠. 가령, 야근을 해야하는 날이라면 일을 가지고 집에 오더라도 가족들과 저녁을 함께 하고, 아무리 바쁘더라도 짬을 내서 운동도 하고 취미생활도 놓치지 않는 부지런한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야근을 하기 때문에 가족들과 저녁을 못 먹고, 운동이나 취미생활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라고 한국에서 언젠가 친구랑 얘기했던 적이 있는데, 이 곳 바쁘게 사는 삶 속에서 여러가지를 해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새삼 모든건 자기 마음먹기에 달려있고, 삶의 우선순위는 주변 환경이나 회사가 정하는게 아니라 본인이 정할 수 있는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국 사람들이 야근을 안하는것 같고, 가족과 개인을 위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것은 대다수가 그렇게 ‘만들고 있기 때문에’ 전체 사회가 그렇게 보이는것 같아요. 알고보면 한국과 다를바가 없는데 말이죠.
한국과 미국의 근무양태에서 굳이 차이점을 뽑자면 미국기업 및 회사들은 출산 시 혹은 입양 시 남여 직원 모두에게 출산&육아 혜택을 동등하게 적용하고, 특히 아이가 있는 여성 직원 및 남성 직원에게 정말 많은 서포트와 배려를 해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아기 엄마들 중에 일을 안하고 있는 분이 없고, 아이가 없는 상태에서 전업주부는 더더욱 없는것 같아요. 이러한 서포트로 싱글맘, 싱글대디도 친정 도움 안받고 혼자 일하며 아이를 키울 수 있는것 같고요.
저희 시어머님도 아이 넷이나 있는데 풀타임으로 근무하셨던걸 보면 이 지원제도는 꽤나 오랫동안 이어져온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비록 야근은 이 곳 미국에서도 피할 수 없는것 같지만, 그래도 나중에 아기가 생겼을 때 눈치 안 보고 계속 커리어를 이어나갈 수 있는 환경이라는 점은 좋은 것 같아요. 이 부분은 언젠가 제가 미국회사에 취업을 하게 되었을 때, 그 때 좀 더 보강된 이야기로 찾아뵐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