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노숙자 | 놀라운 장애인 시설 | 홍해를 가르는 911 사일렌
오래간만에 씨에나의 미국문화 체험기로 찾아뵙네요. 다들 잘 지내시죠? LA는 시계를 1시간 앞당겨 낮을 많이 이용하는 제도인 일광절약제(daylight saving)가 지난 일요일부로 시작되었고 날씨도 확인해보니 이번주 내내 30도를 웃도는 더운 날씨가 기다리고 있어요. 혹독한 겨울도 없었지만, 봄바랑 살랑살랑 거리며 우수수 떨어지는 벚꽃을 볼 수 있는 봄도 없이 바로 여름으로 넘어가는 느낌이네요. 이번 글에도 역시 세가지 이야기를 가지고 왔어요. 최대한 정보 전달에 집중하여 글을 썼는데 가볍게,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넘쳐나는 미국의 노숙자 |
여러분은 한국에서 살면서 길에서 노숙하는 분을 몇번이나 보셨나요? 저는 서울역에 갈때만 몇 번 본 것 같고 그 외에는 본 경험이 없습니다만.. 미국에서는 일단 외출하면 하루에 몇번씩은 꼭 길에서 노숙하시는 분들을 보게됩니다.
현재 미국 정부는 미국 내 노숙자를 대략 16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고 로스엔젤레스 타임즈에 따르면 그 중의 무려 4만 5천명의 노숙자가 제가 있는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정부에서는 곳곳에 흩어져있는 노숙자들을 돕기위해 비상상태를 선포하고 노숙자 보호 거주시설등도 마련하여 숙식 및 재사회화 교육도 제공하는 등 다년간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데 궁극적으로 한번에 해결되는 부분이 아니라 미국에게 꽤나 큰 골치거리인듯 합니다.
이곳의 노숙자들은 아주 적극적으로 금전적인 요청을 하기도 하는데 관광지에 거주하는 노숙자 몇몇 분들은 아무 대꾸도 듣지 못하면 계속 따라와서 “실례합니다”라고 말하며 도움을 요청하니, 도움을 주실 수 있는 상황이시라면 도와주시고 도움을 주실 수 없으면 도와줄 수 없다고 분명히 말하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따라 올 수도 있어요.

노숙자들은 아주 정중하게 다가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금전적으로 도와주지 않는다고 해서 입에 담기 어려운 말을 하거나 헤꼬지를 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노숙자보다 이전 문화체험기 글 3탄에 소개했던 성희롱하는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더 위협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노숙자들은 주로 날씨가 따듯한 주 (캘리포니아, 하와이 등)에 많이 거주하고, 사람들에게 금전적인 도움을 요청하거나 혹은 음식을 요청하며 끼니를 떼우고 있는데요, 미국인들은 노숙자를 대할 때 상당히 우호적입니다. 가령 노숙자분이 마트에서 결제를 할 때 동전이 부족하면 뒤에 사람이 내주는 광경이 흔하게 보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에도 돈이 없다고 하면 버스기사들은 백이면 백 그냥 태워줍니다.
노숙자분들을 위해 일부러 음식을 구입하여 드리는 분들도 많다고 하네요. 저임금, 높은 실업, 치솟는 임대료등 다양한 이유로 노숙자가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많은 분들이 다방면에서 노숙자를 도와주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모임을 가지고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 같아요. 아무쪼록 한국과 다른 부분으로 써봤는데요, 미국에 방문하실 때 거리의 즐비한 노숙자를 보시더라도 놀라지 마시길!
| 곳곳에 보이는 장애인을 위한 시설 |
2014년 처음 미국에 여행차 방문했을 때 가장 놀랐던 건 바로 곳곳에서 보이는 장애인을 위한 시설과 서비스였습니다. 모든 주차장, 건물 시설등이 장애인을 먼저 배려하는 구조로 애초부터 설계되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디즈니랜드에서도 장애가 있는 분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공원 지도에 이용가능 시설, 전동차 제공, 장애인 우선권 서비스 등이 제공되고 있었어요. 미국에는 장애 때문에 일반 사회시설을 이용하고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해서는 안 된다는 장애인 복지법이 강하게 적용되어 현장에서 매일 실천되고 있습니다.
이전 글에서 시각장애인들이 영화를 들을 수 있도록 전 미 영화관에서 특수 장치를 대여해주고 있다고 전해드린 것도 그 예의 하나이고, 또 다른 예로 전철뿐만아니라 모든 대중교통 및 버스에도 휠체어 혹은 전동차가 탈 수 있게끔 저상버스가 운영되고있습니다. 장애가 있는 분들이 버스를 이용하려고 하면 버스기사는 버스의 높이를 낮춰서 발판대를 내리고 장애인분이 승차할 수 있도록 도와준 다음에 버스 내부에서 일부 좌석을 접은 후 그 공간에 고객의 휠체어를 안전벨트로 고정시켜줍니다. 이 과정은 보통 짧게는 2분, 길게는 5분이 걸리기도 하여 당연히 가는 목적지까지 도착시간이 지연되지만 아무도 불만을 토로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배려는 각 학교시설에서도 실행되고 있는데요, UCLA 현 재학생 가이드에 따르면 미국 내 대부분의 대학교/전문학교에서 장애인 학생들 및 단기적으로 몸이 불편한 학생들을 위해 어떤 종류의 책상이 필요한 지, 강의 녹음이 필요한 지, 노트를 대신 필기해 줄 사람이 필요한 지, 신체적인 제약으로 시험시간이 보통의 시험시간보다 두 배가 더 필요하지는 않은 지 물어보고 장애인 학생이 학교 서비스를 이용할 때 다른 학생들과 달리 대기시간 없이 사용 할 수 있도록 최우선권을 주고 있다고 합니다.
모든 건물 입구에는 경사로와 문을 쉽게 열지 못하는 장애인분들을 위한 장애인용 버튼이, 식당에서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 고객이 와서 식사를 편히 할 수 있도록 장애인 전용 테이블이 꼭 있기 마련이고, 마트에서도 장애인분이 요청하면 직원이 옆에 붙어 바구니 혹은 카트를 대신 밀어주며 장보는것을 도와주는 모습 또한 자주 목격됩니다. 또한, 미국 내 기업들은 구인광고 시 당사는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고용주(Equal Opportunity Employer)라고 소개하며, 지원자의 성별/인종/참전용사 여부 및 장애 여부를 물으며 이러한 사항들로 구인 시 차별 채용을 하지 않겠다고 공공연하게 선언을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일상생활의 다양한 곳에서 장애인을 위한 인프라와 자립 지원이 튼튼한 미국처럼 한국도 장애인이 살기 좋은 나라로 점점 더 개선하고 발전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듭니다.
| 홍해를 가르는 911 사이렌 |
화재·구조·구급·재난신고를 할 때 전화하는 번호인 119. 미국에서는 911로 전화를 걸면 됩니다. 대도시로 이사온 후에 저는 사이렌 소리를 거의 매일 같이 듣고 있는데요, 미국에서는 사일렌스가 울리면 도로 위 차량들은 성경 속의 홍해바다가 두 갈래로 갈라지듯이 길을 틉니다. 신기한건 응급차, 소방차, 경찰차 등이 지나가야 하는 같은 방향의 차선 뿐만아니라 반대방향의 차들도 길을 튼다는 겁니다. 일초가 급한 상황에서는 도로 위 상황에 따라서 반대방향 차선을 타더라도 신속히 이동해야하는 상황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일단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하면 아래의 영상처럼 가장 오른쪽 차선의 차들은 길가로 방향을 틀어 완전히 멈추고 왼쪽 차선의 차들도 왼쪽으로 이동하여 최대한 자리를 만들어 냅니다.
한가지 더 신기한 건 – 소방차, 응급차등이 신호등을 조정할 수 있다는 겁니다. 도로 위 차량들은 길이 내주고 대부분 서행하거나 멈추기 때문에 빨간등이어도 그냥 문제없이 지나갈 수 있지만 교차로를 지나갈 때에는 미처 응급차/소방차를 확인하지 못한 차량과 충돌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소방차와 응급차들은 신호등을 지나갈 때마다 바로 바로 초록등으로 바꿔버립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미국교통법 상 빨간 등이 보이거나 사일렌스가 들리면 오른쪽 길가로 이동하여 멈춰야 하고 응급차/경찰차등이 완전히 지나갈 때까지 멈춰야 한다고 나와있네요. 단, 교차로를 막아서는 안되기 때문에 교차로에 있는 경우 신속히 교차로를 지나 오른쪽 길가로 차를 옮겨 멈춰야 한다고 합니다. 이 때 경찰관, 소방관이 지시를 할 수 도 있는데 신호등, 교통 표지판 및 교통법을 어기는 지시더라도 이 분들의 지시를 준수해야하고 응급차/경찰차 300피트 내 뒤에서 운전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합니다. 무시하고 계속 운전하게되면 벌금을 물게될 수 있다고 하네요. (행여 걸리지 않더라도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다른 운전자들로부터 a**hole 소리를 듣기 쉽상이에요)
주마다 벌금 금액은 상이하며, 캘리포니아의 경우 490불 (한화 약 50만원)이고 교통범죄기록에도 남는다고 하니 혹시 미국에서 운전을 하다 사이렌을 듣게 되면 길을 틀 수 있는대로 만들어주고 응급차 혹은 소방차가 지나갈 때까지 차량을 멈추는것을 잊지 마세요!
*Featured images courtesy of Lane Pearman, Disboards, Federal Transit Administration
*Featured video courtesy of Arizona Roadcam
*캘리포니아 교통법 내용 참조: Californnia DM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