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의 1분기는 어디로 갔을까.
눈에 보이지 않는 코로나바이러스와 전세계가 전쟁을 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일상생활을 이어나가는 나라들이 있는 반면, 도시를 폐쇄하고 외출금지령을 내린 나라들도 있다. 미국은 후자에 속한다. LA는 현재 죽은 도시처럼 텅텅 비어있고, 각종 유명한 관광지와 해변가에서도 인적을 찾기가 어렵다. 이번 글은 지난 두달간의 기록이다.
글을 올리는 2020년 4월 14일 오전 – worldometer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 코로나19 감염 확진자 수는 197만 명, 사망자 수는 12만명이 넘었다. 미국 내 확진자수는 602,977명이며, 사망자 수는 25,132명에 달해 확진자 수 및 사망자 수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로 집계되고 있다.
미국 로스엔젤레스

외출금지 행정명령
개인적으로 3월초만해도 그렇게까지 무섭지 않았다. 하지만 3월 중순에 들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감염자와 치솟는 사망자 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마스크를 쓰지 않고 돌아다니는 시민들, 그 속에서 내가 동양인이란 이유로 눈치보면서 마스크를 써야하는게 맞는 지 고민을 해야하는 슬픈 현실들이 하나둘씩 뭉쳐지면서 나날이 공포감이 커져갔고, 도시 분위기도 점점 더 흉흉해지기 시작했다.
3월 셋째주 초, 캘리포니아주는 모든 음식점과 술집, 영화관, 헬스클럽 등 다중이용시설의 영업 중단 명령을 내렸고,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3월 19일 저녁 6시반, 생방송에서 외출금지 및 자택격리 행정명령이라는 초강수 대책을 내놓았다. 뉴섬 주지사는 캘리포니아 인구의 56%가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고 밝히며, 이렇게 환자가 급증할 경우 현재 캘리포니아 모든 병원이 보유한 병상 수로는 감당할 수 없다면서 내키지 않지만 꼭 필요한 결정이라고 지침을 내리며, 동시에 연방 정부의 지원을 호소했다.
외출금지 행정명령은 4천만명의 캘리포니아주 주민들이 식료품이나 의약품 구매, 병원 진료같이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외출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이로서 ‘필수’ 시설로 분류되는 식료품점/마트와 주유소, 병원, 은행, 자동차 정비소 등은 정상 운영을 하고, 나머지 사업장들은 모두 잠정적으로 영업중지를 하게 되었다. 음식점의 경우 매장안에서 식사를 하는 것은 금지되지만, 배달이나 포장 판매는 가능하다. 이를 어기면 벌금 및 징역형이 내려질거라는 지침이 내려졌고, 나중에는 이를 어기고 여전히 운영하는 사업장의 경우 단수와 전기를 끊을 것이라고도 발표했다. 행정명령은 발표가 있었던 다음날인 20일부로 바로 실행이 되었는데, 20일 거리로 나갔을 땐 영화에서 보던 장면처럼 도로는 텅텅 비어 있었고, 모든 상점의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하루아침에 미국에서 두번째로 가장 큰 도시가 유령도시가 된 것이다. 캘리포니아를 시작으로 하여 이윽고 외출금지령을 선포하는 주지사들이 하나둘씩 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러한 행정명령에 직원들을 해고하거나 무급 휴직으로 돌리기 시작한 회사들이 늘어났는데, 미국에서 지난 3주간 해고로 실업수당을 청구한 인원은 4월 9일 미국 노동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총 1천 680만명으로 이는 미국 전체 근로자의 약 11%이라고 한다. 노동부는 미국 노동자 10명 가운데 1명이 일자리를 잃은 셈이라고 보고 있는데 이같은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미 노동부가 관련 수치를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 1967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아래 미국의 역대 실업보험 신청자를 보여주는 통계를 보면, 짙은 회색으로 칠해진 부분은 각 시기에 실업보험을 신청한 사람들의 숫자를, 중간에 세로로 색칠된 연한 회색 구간은 미국에서 경기 침체가 있었던 기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프의 가장 오른쪽에 주황색으로 치솟은 수치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미국에 퍼지고 미국에서 실업보험을 신청한 사람들의 숫치이다. 미국은 전례없는 사상초유의 경제위기에 봉착했다.

미국 역대 최대 경기 부양안
2020년 3월 27일, 트럼프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2조 2천억 달러 (한화로 2,500조원) 규모의 역대 최대 경기부양안에 서명을 했다. 통과된 예산은 피해가 가장 큰 업종과 주 정부, 시 당국, 병원과 의료시설 지원에 사용될 예정이며, 또한 각 지역의 영업 중단 조치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을 돕고, 시장에 돈이 돌도록 하는 조치로 개인과 가족에게 현급이 지급된다. 4월 셋째주에 2018, 2019년 세금을 납부한 사람에 한하여 성인 한명당 $1,200, 부부의 경우는 $2,400, 부양자녀가 있는 경우는 자녀 1인당 $500씩을 추가한 현금을 지급한다. 고소득자의 경우 (미혼자의 경우 연봉이 $99,000 이상, 부부의 경우 연 소득 합산이 $198,000 이상일 경우) 지급 제외 대상이다.
또한, 미국 정부는 부족한 의료장비들을 생산하기 위해 자동차 제조업체 포드, 제네럴 모터스, 테슬라와 비상 협력 체계를 구축하여 수술용 마스크, 인공 산소호흡기를 비롯한 의료장비들을 생산하기로 했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의료장비를 만들고 있다니… 바이러스와 전시 체제를 가동하고 있는거나 다름이 없다.

사재기와 화장지 품귀현상
생활 필수품 사재기 현상은 2월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특히 생수, 화장지는 어딜가나 찾아보기 어려워졌고, 마스크, 손 세정제, 라텍스 장갑등 바이러스에 관련된 품목부터해서 밀가루, 계란, 우유, 식용유, 파스타 면, 파스타 소스, 그리고 유통기한이 별도로 없는 각종 캔 통조림들이 진열된 구역도 텅텅 비어가기 시작했다. 잘못했다간 폭동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준비하기 총기와 탄약을 사려는 사람들로 총기 상점도 장사진을 이루었고, 심지어 타이레놀의 성분이 바이러스 성분에 효력이 있다는 얘기가 돌아 타이레놀마저도 각 약국에서 동이나기도 했다. 사재기 사태로 트럼프 대통령도 나서서 각 식료품점은 계속 물자를 공급할거니까 사재기를 하지말고, 정말 필요한 것 만 사라고 진정을 시켰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각 상점들은 인기 품목(휴지, 쌀, 우유, 빵 등)에 대해 1인당 1개 또는 2개씩만 구입할 수 있다는 규칙을 내세웠지만, 이마저도 들여 놓는대로 금방 동이나서 4월 중순인 지금도 여전히 상점 오픈시간에 맞춰 가지 않으면 인기품목(쌀, 휴지, 계란 등)은 구할 수 없다. 말 그대로 아침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 휴지를 잡는 세상이 됬다.
미국의 대부분의 식료품점들은 현재 오프닝 첫 한시간을 노약자들만 쇼핑할 수 있는 Senior Hours를 만들었고, 상점 밖과 상점 안에 권장된 사회적 거리인 6 Feet (약 183cm)를 보여주는 라인을 표시하여 손님들이 사회적 거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대규모 상점이 아니고 작은 규모의 상점은 상점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인원수를 제한하여 손님들을 밖에서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며 기다리게 하고 있다.


사재기는 왜 하는 걸까? 화장지는 왜?
일단 미국인들중에는 재난상황에 대해 평소 대비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미국의 경우 자연 재해도 잦아 도시 대피령이 내려지는 경우도 있고, 총기 소지도 되는 나라이다보니, 평소에 무슨일이 생길지 몰라 생수, 휴지, 유통기한이 넉넉한 각종 통조림등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평소 대비를 하지 않는 사람들의 경우, 사태가 심각해질 때 비로소 집에서 나와 생활필수품을 사들이기 시작하는데 이 때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생활필수품을 사려고 하니 사재기 현상이 수면위로 올라온다. 사재기가 거론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국에서 재난이 있던 순간마다 문제가 되었었다. 작년 여름 플로리다주에 4등급 허리케인 ‘도리안’이 도착했을 때, 플로리다 주는 큰 피해가 예상되는 몇몇 도시에 강제 대피령을 내렸었고, 그 때 당시에도 사재기 현상이 문제가 되었었던 바 있다. 이번 바이러스도 상황이 미국 정부에서 컨트롤이 안되는 것 같으니까 사람들이 하나둘씩 나와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여 생필품을 사기 시작한거라고 볼 수 있다.
휴지를 사재기 하는 이유는, 아무리 우리 집에 한달동안 사용 할 휴지가 넉넉히 있어도, 막상 상점에서 모든 사람이 다 카트에 휴지와 물을 담는 거를 보면 나도 챙겨야겠다는 군중심리, 그리고 언론과 소셜미디어에서 비춰지는 텅 빈 선반들을 보면 만약 이 바이러스 사태가 한달 뒤에도 해결되지 않고, 계속 화장지 품귀현상이 일어나면 사용 할 화장지가 없으니, 살 수 있을때 서둘러 화장지를 더 비축해야 한다는 인식이 합쳐져 생겨난 현상이 아닐까 싶다.

마스크를 안쓰는 이유?
평소에도 미국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을 보는 것은 흔하지 않은 일이다. 일단 마스크를 쓰면 아픈 사람(바이러스 보균자)이거나 ‘테러리스트는 아닐까?’라는 의심을 갖는 시각이 만연하게 퍼져있다. 미국 CDC에서 마스크 쓰는 것을 권고하기 전까지는, 마스크를 안쓰는 사람이 훨씬 더 많았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렇게 마스크를 쓰지도 않는 분위기였는데, 마스크는 일찍이 동이 났다는 거다. 미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크게 확산되기 이전인 2월 말에 나는 회사의 지시를 받아 마스크와 손세정제를 구입해야 했는데, 당시에도 이미 큰 유통업체들은 두 품목 모두 소진이 되어있어 주문이 불가했고, 마스크는 홍콩에 있는 아마존 셀러를 통해서, 손 세정제는 정기적으로 주문했던 청소용품 업체를 통해 탁상용으로 겨우 12개밖에 구입하지 못했었다. 당시 청소업체로부터 앞으로 언제 더 손세정제를 공급받을지 모르겠다는 말을 들었는데, 미국은 2월부터 일찌감치 모든 마스크와 손세정제가 동이 났던 것으로 보인다. 그때에는 마스크를 쓰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는데 도대체 누가 마스크를 다 사간걸까? 항간에는 미국에 있는 중국인들이 미국에 생산되는 마스크를 다 사재기해서 중국에 있는 고향 친인척에 보낸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미국 질병관리본부(이하 CDC)는 세계보건기구(WHO)를 따라 그간 건강한 사람은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고, 아픈 사람이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를 보살피는 의료진에게만 마스크 사용을 권고한 바있지만, 무증상 감염자가 질병을 전파한다는 증거가 속속 보고되고, 이에 바이러스가 사람 사이에 퍼지는 것을 막는데 마스크가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자 기존 지침을 바꿔 4월 3일, 드디어 미국 모든 사람들에게 아프지 않더라도 마스크를 사용하라는 지침을 내놓았다. 일부에는 미국 CDC에서 일반인 마스크 사용 주장을 좀 더 일찌감치했지만, 이를 시행함으로서 미국 내 의료진이 사용하기에도 마스크가 이미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 더욱 더 악화될까봐 백악관내에서 결정을 망설였다는 얘기도 나왔다.
내가 체감하기로 행정명령이 실행된 이후로도 마스크를 쓰는 사람은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마스크를 권장하는 지침이 나온 4월 3일 이후로는 장보는 사람들의 거의 98%이상이 마스크를 쓰는 것 같다. N-95 마스크는 거의 보이지 않고, 대부분이 일회용 수술용 마스크를 쓰고 있다. 현재 부족한 의료장비 현황으로 정부에서 일반인에게 수술용 마스크를 포함하여 거의 모든 마스크 판매를 제지하고 있기 때문에, 마스크를 구입할 수 없는 상황인데 어떻게들 저렇게 다 수술용 마스크를 갖고 있는걸까? 아마도 2월부터 마스크가 동이 났을 때 다들 마스크 사용은 안했지만, 소리없이 온라인 및 오프라인에서 너도나도 사들이기 시작했던 걸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미리 사두었다가 정부에서 마스크 사용이 권장되면 사용하려고 했었던게 아닐까. 수술용 마스크를 구비하지 못한 사람들은 옷이나 스카프로 얼굴을 가리고 장을 보고 있다. 어찌됬건 장보러 나가는 때 잠깐이지만 이젠 마음 놓고(눈치 안보고) 마스크를 쓰고 나갈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바이러스 검사
뉴스만 보면 미국 동부의 경우 테스트를 받을 수 있는 곳이 많아 보인다. 길거리에 천막으로 만들어진 간이 검사소도 보이고, 하루 증가된 검사 수만 봐도 만 단위이니까 검사는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미국 서부는 얘기가 좀 다르다. 3월 중순만해도 코로나바이러스 증상이 의심되어 병원 및 응급실에 갔는데 검사 키트가 없어서 헛걸음을 했다는 건너 건너 얘기도 많았고, 지금도 여전히 테스트를 받을 수 있는 장소가 공개적으로 명확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부가 컨트롤을 잘 하고 있어서 수치가 낮다고 기자회견에서 말한 적이 있지만, 이게 정말 컨트롤을 잘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늘어나는 환자수 에 맞게 테스트가 실행되지 않아 실제 수치가 누락이 되고 있는 건지 의심이 든다.
4월 중순을 향하는 지금쯤이면 검사할 수 있는 곳이 많겠지라는 생각에 지난 주 인터넷으로 검색해보았는데, 정보들이 하나같이 주치의에게 먼저 연락을 하라고만 나온다. 몇 안되는 드라이브 스루 테스트 장소도 현재 65세이상의 사람이거나, 기저질환이 있거나, 의료진이거나, 당장이 호흡이 어려운 사람만 테스트를 예약제로 받아 해주고 있단다. 그래서 안내대로 내 담당 주치의에게 연락을 드렸다. 코로나바이러스 증상이 만약 향후에 생긴다면, 주치의 병원에서 테스트를 받을 수 있는 지, 받을 수 있다면 어떻게 예약을 잡아야하고 따라야 하는 사항들이 무엇인지, 그리고 테스트 제공을 하지 않는 다면 어디로 가야하는 지 알려달라고 문의를 했고, 아래와 같은 답변을 받았다:
“우리 병원에 테스트 키트가 있긴하지만, 현재 프로토콜에 의하면 – 환자분께서 갖고 있는 증상이 코로나바이러스 증상과 부합하는 지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우선 주치의가 화상전화를 통해서 진단을 하고, 코로나바이러스 증상이 맞는걸로 판단되면 LA 카운티가 운영하는 테스트 받는 장소로 안내를 하게 되어있습니다.”
말인 즉슨, 코로나 바이러스 증상이 있어 주치의에게 연락을 하기 전까지는 어디에서 테스트를 하는 지 미리 알 방법이 없고, 증상이 맞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정부에서 진행하는 검사소를 갈 수 있다. 문제는 부족한 인프라로 인하여 검사소를 간다하더라도 고령자가 아닌 젊은 층이 별도의 기저질환이 있거나 의료진으로 일하지 않는 이상 테스트를 받을 수 있는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게 현재 캘리포니아주 당국의 입장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결국 젊은 사람들은 유사 증상이 있어도 테스트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무증상 감염자는 아예 테스트를 받는게 불가해 보인다. 자가면역으로 바이러스를 이겨내라는 소리인 격. 젊은 사람들은 면역물질이 과다하게 분비되는 증상인 사이토카인 폭풍이 일어나지 않으면서도 적절히 면역체계를 유지해서 바이러스를 죽여 호전되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는 것인가.
내려올줄 모르는 확산세에 언제까지 이렇게 집에만 있을 수는 없다. 바이러스를 빠른 시일안에 종식시키지 않는 이상, 우리는 평상시 생활로 결국은 조만간 돌아가야하고, 돌아간다면 바이러스에 걸릴 확률이 분명 높아질텐데, 테스트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좀 더 투명하게 공유 되고, 테스트를 받는 과정도 좀 더 빠르고, 공평하고, 효율적으로 실행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러한 인프라와 시스템이 준비되기까지 주정부에서 외출금지 행정명령으로 막은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자가 격리 & 재택근무
일단 나는 외출금지 행정명령에 찬성하는 편이다. 왜냐면, 행정명령이 있기 전 매일 무언의 위협을 느끼며 출퇴근을 했어야만 했기 때문.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묻지마 폭행을 당했다는 뉴스들을 들으며 그게 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LA에 오면서 인종차별성의 말이나 대우를 받은 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이번에 ‘바이러스’라는 등의 욕설이 섞인 말을 모르는 사람에게 두차례나 들었었고, CDC에서 마스크 사용 지침이 내려오기 한참 전에는, 마스크를 쓰면 여전히 위화감을 느끼는 미국 분위기 때문에 마음 편히 마스크를 쓰고 다니기에도 뭐했던 것이다. 외출금지령이 떨어지기 전 버스로 출퇴근 하던 때, 정말 몇몇 동양인을 제외하면 아무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마스크를 쓴 동양인 주위로는 아무도 앉지 않았었고. 나는 그 때 당시 두꺼운 겨울 목도리로 얼굴을 여러번 칭칭 휘감아 겨우 코와 입을 막았었다. 미국 내 분위기는 계속 삭막해져가는 시점에 마스크가 있어도 자유롭게 사용하지도 못하는 내가 버스로 출퇴근을 하며 행여 바이러스가 걸려 동료들에게, 그리고 내 가족에게 전하는 경우가 생길까 노심초사했었다.
행정명령이 내려진지도 3주일이 지났고, 아파트 건물 밖으로 안나간지 열흘이 넘었다. 매일 아파트에서 나가지 않고 있고, 장보러는 2주에 한번정도 나가고 있다. 밖에 나가서 조깅을 해도 된다고는 하지만, 외출하고 들어올 때마다 만지게 되는 손잡이, 핸드폰, 열쇠등을 소독할 소독제가 바닥이 났기 때문에 지금 상황으로는 조깅도 하지 않는게 낫다고 생각한다. 완전히 고립된 상황에서 하루 한-두번 발코니에 나가서 바깥바람을 잠깐 쐴 수 있는 것으로 마음을 달랜다. 그런데 평소 집에 있는걸 엄청 좋아하는 내향적인 성격의 나인데도 집콕한지 5일이 넘어가면서부터는 마음이 조금씩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집에서 사부작사부작 하루를 의미있게 보내려 노력하지만, 성취감이 크게 떨어진다. 활동량이 떨어져 그런지 밤에 잠도 잘 안오고, 잠도 깊게 못자고, 꿈자리도 이상하고, 평상시보다 긴 시간동안 숙면을 취하고 있으면서도 피곤하다. 며칠 전부터는 우울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사실 현장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며 일하는 의료진, 경찰, 소방관들을 비롯하여 공익과 대의를 위해서 헌신하고 사투하는 분들이 겪는 고통에 비하면 나는 몸편히 감염의 공포없이 집에만 있기만 하면 되니 얼마나 쉬운일인가. 그분들이 들으면 나의 불편함은 문제 축에 끼지도 못할거다. 하지만 뉴스를 보니 많은 사람들이 이 격리생활에 우울감을 느낀다고 한다. 혼자 사는 사람들의 경우 완전히 고립되어 더 큰 좌절감을 느끼기 쉽다고. 우울감이 나만 느끼는게 아니었다는 사실에 죄책감도 덜고 약간의 위로를 받았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상복구되어 모두가 다 일상생활로 돌아가겠지만, 어찌됬건 그때까지는 우리 모두가 지금의 불편함을 꼭 현명히 감수해야하는 숙제이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둘다 해고 되지 않았고, 감염의 우려없이 편히 재택근무도 가능한 것에 감사하며, 외출이 불가하다는 약간의 불편함은 잊고, 정부에서 지시하는대로 자택 격리에 충실히 임하겠노라고 매일 마음을 가다듬는다.

전세계가 국면한 막중한 숙제
매일 확인하는 미국 내 뉴스를 보면 마음이 찢어질듯 아프다. 코로나바이러스로 하루아침에 부모 모두를 잃은 자녀들, 간만에 모인 가족 식사자리에서 감염되어 가족중 4명이 사망했다는 소식, 감염우려로 가족과의 마지막 인사를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페이스타임으로 한 사람들.. 사랑하는 이의 마지막 가는 길을 보고 싶어도 화장을 해야하는 방침에 마지막 인사도 못한 사람들. 사망자가 너무 많아 시체영안실에 전화가 끊이지 않는 기사…
한국과 같이 국민 전체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감염자의 경로를 공유하여 내가 감염이 됬을 수도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면 좀 더 안심이 되었을까? 바이러스가 돌기 시작하던 초반부터 미국 내 모두가 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외출을 자제했다면 사업장의 문을 닫지 않고 이렇게 미국 경제가 바닥으로 치닫는 일은 없었을까? 확진자의 동선 공유는 어렵다 하더라도, 초기 때부터 모두가 마스크를 썼다면 확진자 수 및 사망자 수가 이렇게 많았을까? 미국 내 사망율을 왜 이렇게 높은것 일까? 바이러스가 대륙과 대륙으로 넘어오면서 공격적으로 변이한건 아닐까? 전례없는 위기에 봉착한 각 국가들이 이 위기를 잘 극복한다고 해도, 코로나바이러스 다음으로 다시 전세계를 강타할 전염병을 막기위해선 우리 모두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인간의 영토 확장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 밀도 높은 가축 농장에서에 발생되는 가축 유행병, 개발도상국의 백신 수요 불충분, 선진국의 백신 반대자들등 고질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너무나도 많다. 과연 백신 발명이 이 모든 것에 답이 될 수 있을까? 정말 많은 질문들이 매일 머리속에 물밀듯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러한 질문들은 분명 사회 어디선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이미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있겠지라는 생각이 든다. 지나친 걱정을 하지 말아야지. 내가 당장 도울 수 있거나,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게 아니라면, 불평도 하지 않는게 맞다. 각국의 방법은 다르겠지만, 지금 책임감 있는 한 사회인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정부 지시를 준수하고, 하루 빨리 사망자수가 급격히 줄어들길, 앞단에 서서 전두지휘하는 리더들이 현명한 선택을 내리길 응원하는 수밖에 없다. 어느 국가가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비교를 하거나 또는 누구 잘못인지 비판하는 것을 떠나 정말 한 마음으로 이 국제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같이 간구하고 지혜를 나눠 이겨내야 한다. 멈춰진 이 시간동안 주변 사람들과 안부를 한 번이라도 더 주고 받고, 재충전 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도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일하고 계시는 분들에게 공경과 감사를 보내며…
우리 모두에게 하루 빨리 감염 걱정없이 따듯한 햇살을 맞으며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일상이 찾아오길 진심으로 바란다.
내용 출처: Los Angeles Times, CNBC, Chosun, 조선비즈, CA.GOV, San Francisco Chronicle,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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