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시간 훈련의 시작

다양한 배경과 출신이 모여 사는 국가이기 때문일까,

지난 1년간 지원한 미국회사 사무직의 채용과정에서는 전화인터뷰 및 면접외에도 엑셀 능력시험, 수학 풀이 시험, 어휘/독해/문법/비지니스 이메일 영작문 시험, 문제대처 능력 시험등 늘 다양한 검증시험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자신없었던 과목은 아무래도 영어에 관련된 시험들. 지원했던 도서관 사서시험에서는 학술관련 용어와 독해가 나왔었고, 어학원 교무과장 직에서는 콤마와 세미콜론의 용도를 묻는 문법시험이 나와 쓴맛을 보았었다. 20대 내내 일했던 직업들 모두 영어를 사용하는 직종들이라 영어공포증은 없다고 자신했는데 연이은 면접 탈락과 끝이 보이지 않는 구직생활이 야금야금 나의 자존감과 자신감을 바닥으로 내리쳐 한없이 나를 추락시키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도 떨어진 자신감과 자존감은 아무리 노력해도 회복이 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구직도 속수무책으로 올해 2월부로 손을 놓다시피 하고 있었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많이 뿌려서 그만큼 비례하게 연락이 오는것도 아니었지만, 떨어진 자신감으로는 도저히 이력서를 넣을 용기가 나질 않았다. 그래서 구인 게시판은 여러군데로 매주 현황을 보고는 있었지만, 쉽사리 지원을 못하고 마음에 드는 직무와 회사가 등장하면 일단 회사 조사부터 한 다음에 많게는 한달에 한번, 두달에 한번 가량 이력서를 보내곤 했다.

하지만 늘 그랬듯 소식은 없었다. 이렇게 있어서는 안되겠다 싶었다. 한국에서 일한 사무직 경력만으로는 경쟁상대가 안되는 걸까. 미국에서 대학을 나오지 않아서, 혹은 연고가 없어서, 아니면 영어 시험을 잘 못쳐서 그런걸까. 시간과 비용이 들더라도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야 집 근처에 있는 전문대학인 샌타모니카 대학(Santa Monica College)에서 나의 가장 취약점인 영작문 수업을 듣기로 결심했다. 5월 10일, 그렇게 나는 학교에 가서 간단한 입학테스트(수학, 영어)를 두시간정도 소요해서 보고, 상담사(Counselor)와 얘기까지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며칠 뒤 수강신청을 해버렸고, 그렇게 나는 10살이 어린 친구들과 나란히 가방 메고 매일 아침 학교로 등교하게 되었다.

개강 전 학용품을 사는 일은 언제나 설레인다

수강신청을 하고 개강까지는 한달을 기다려야했다. 그 한달동안 얼마나 설레이던지. 학교를 다닌다는 것은 아니, 더 정확히는 영작문 수업을 듣는다는 것은 내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배움의 기회이자, 일련의 사회생활을 하게 되는 곳이자, 매일 집에서 방콕만하다가 매일 어딘가로 갈 곳이 생겼다는 말이기도 했다. 어떤이들에겐 별거아닌 일상이 집에만 있던 나에겐 큰 삶의 변화가 될거라 예측만 될 뿐이었다. 수업을 듣기 전까지만해도 나는 이 수업이 나를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줄지 결코 알지 못했다.

입학시험을 보고 배정받은 영어 레벨은 21A. 현지 고등학교 수준으로, ESL영어 단계로는 중급단계였다. (와, 초등학교 영어책도 단어를 몰라서 못읽는게 많은데 고등학교 수준이 나오다니. 나로서는 수업을 들을 수 있는 단계가 나온것 만으로도 감지덕지였다) 수강신청 책자를 보니 영작문 수업에는 교수님이 네분이 계셨고, 이 중 원하던 시간은 두 타임. 두 타임중 고민하다가 상담사가 꼭 확인해보라던 웹사이트인 Rate My Professor 를 참고하니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 빡세지만 정말 잘 가르친다는 교수님과, 재미있게 잘 가르친다는 교수님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이왕 배우는거 정말 열심히 배워야겠다는 생각으로 첫번째 교수님을 선택했다.

수업명: ESL 21A – English Fundamental 1 (Intermediate Writing)
교수명: Alexander Ibaraki
교재명: Final Draft 4 (Cambridge)
수업기간: 6주 (월화수목 10:15~12:20)

[ 학점 분포 ]
A (90-100%) – Excellent
B (80-89.9%) – Above average
C (70-79.9%) – Average
D (60-69.9%) – Below average
F (<60%) – Failing

♦ 목표학점: C  – 평균선인 C에 들어가는게 목표
♦ 개인목표:
 Punctuation (구두법) 확실히 마스터하기, 영작문 구조 배우기, 자신감 얻기, 친구 사귀기

캘리포니아 느낌이 물씬나는 캠퍼스 – 야자수가 캠퍼스의 척추처럼 쭉 뻗어 심어져 있다

미국 대학 ESL 영작문 수업의 이모저모

1. 표절의 심각성

미국 교육기관은 표절(Plagiarism)을 굉장히 심각한 ‘지적 절도’라고 생각하고 각종 숙제 및 논문등은 철저한 표절 검증을 통해 채점이 되고 있다. 출신지가 다른 외국인 학생(국제학생)들에게 이 부분의 심각성과 경각심을 알려주기 위해서인지 일주일 내내 숙제로 표절에 관련된 내용이 정말 많았다. 실제로 수업중에 표절 여부를 걸러내는 Turn it in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작문 과제들을 제출했었는데, 표절일 경우 0점 처리는 물론, 심각성에 따라서 퇴학까지 당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학교뿐만 아니라 졸업 후에도 취직 시에 이력서 내용을 표절한다거나, 취직을 하고나서도 보고서 표절등을 하게 되면 채용과정에서 고려되지 않고, 해고 및 고소까지 당할 수 있다. 표절은 누군가의 아이디어/창작물을 인용구없이 사용하는 것, 유의어로 변환하여 교묘하게 작성하는 것, 심지어 타인에게 문법검사나 첨삭에 도움을 받는것등 다양한 경우가 포함된다. 글을 작성할 때 표절하는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인용구(Paraphrasing)를 사용하는 연습이 6주 수업 내내 진행되었고, 수업을 듣는 내내 미국인 신랑은 – 내가 스스로 제대로 배울 수 있게 도와준다는 명목아래 – 나의 과제 및 에세이 등에 코멘트 하나 안주었다.

2. 과제가 많아도 너무 많다 

속된말로, ‘미국에서는 대학교 수업이 정말 빡세다’ 들었는데 정말로 이렇게 숙제가 많은줄 몰랐다. 살면서 가장 긴 시간동안 매일같이 과제를 이렇게 많이 해보긴 처음이다. 한국에서는 중간/기말고사 및 가끔 있는 과제만 하면 점수를 잘 받았는데, 들은 수업에서는 매일 많은 분량의 숙제가 나오고 매주 퀴즈와 작문 시험이 기다리고 있다. 하루에 보통 10가지의 자잘하고 큰 숙제가 있고, 주말에는 20가지가 넘는 과제가 쏟아져 나왔다. 매일 아침에 학교 수업을 두시간 듣고 집에와서 집안일, 점심 및 저녁 챙겨먹고, 숙제하고나면 벌써 밤 11시반이라 잘 시간이 되었다. 아무래도 봄/가을학기에 보통 17주동안 진행되는 과정을 짧은 여름학기에 6주동안 진행해야하니 유독 읽을것도 많고, 청강해야하는 보충 비디오도 많았던것 같다. 장도 봐야하고, 토요일에는 하루종일 IELTS 시험감독일도 해야하니 눈코뜰새 없이 시간들이 지나갔다. 그간 블로그 글 하나 못올린 이유이기도 하고.

3. 점수받기가 정말 어렵다 

여름학기라는 특수성도 있고, 과제를 통해서 연습과 보충자료를 숙지할 수 있도록 교과과정을 만든 교수님의 계획도 있어 더 분주했던 것 같지만, 분명한건 평소에 잘 따라가지 않으면, 한국처럼 중간/기말고사만 잘 본다고해서 평균 이상의 점수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시스템인것 같다. A는 커녕  B조차도 받기 무척 어렵고, 패스 합격선인 C도 받지 못해 수업을 다시 듣는 학생들도 많이 있는걸 보면 말이다. 실제로 우리 교실에서도 퀴즈나 시험을 보면 C, D받는 학생들이 수두룩 했다. 물론, 힘들게 공들이지 않고 점수를 잘 주는 교수님도 분명 있다고 한다. 그런 교수님의 수업만 들으려는 학생들도 있고. 하지만 나는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수업을 듣기로한게 아니기 때문에, 무엇보다 많이 가르쳐주고, 많은 질문에 성심성의껏 대답해주고, 잘 가르쳐주는 교수님을 만나 하나라도 확실히 배우는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런 점에서 Ibaraki 교수님은 최고의 선택이었다.

4. 모든 숙제와 시험 및 결과가 ‘캔버스’라는 온라인 시스템으로 공지되다 

요즘 한국의 대학들도 온라인을 활용해서 교수님이 과제를 공지하고, 점수를 메기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학교를 다닐때에는 과제는 수업시간안에 구두로 안내가 되고, 중간/기말고사 최종성적만 온라인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과제와 시험에 관련된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Canvas라는 온라인 시스템이 학생과 교수를 이어주고 있고, 교수는 각 과제를 온라인상으로 채점 점수와 코멘트를 남겨준다. 캔버스는 나의 과제가 어떤 점수로 채점이 되고 있고, 몇 퍼센트로 내가 이 수업을 듣고 소화하고 있는지 경과를 확인하기에 좋다. 각 과제와 시험에 가장 높은 점수, 낮은 점수 그리고 평균점수가 얼마인지도 덤으로 확인할 수 있다.

5. 활발히 표현되는 반대 의견들 

수업은 보통 다음 수업에서 배울 것을 미리 모두 읽어오게 하거나 인터넷 보충 강의를 시청하고 오게끔 하는 과제가 주어지고, 정작 수업안에서는 학생들이 읽어온것을 짚고가거나 의견을 토론하거나, 궁금했던 부분들을 같이 풀어보고 넘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원인과 결과(Cause and Effect Writing) 유형의 영작문 구조를 배울 때에는 소비와 환경문제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고, 비교와 대조 (Compare and Contrast) 유형의 영작문을 배울 때에는 음식문화 및 소셜미디어와 스트레스 해소법의 상관관계등을 다뤘는데, 때로는 각기 다른 의견을 나눌 때에 (한국에 비교를 하자면) 서로 거침없이 반대/동의 의견을 단호하되 명료하게 표하고 이유를 설명하는 분위기가 나는 참 좋았다. 교수님은 누구나 의견을 표할 수 있고, 쟁점이 되는 질문에는(argumentative questions) 정해진 답이 없다며, 학생들이 편안히 그리고 자유롭게 의견은 나눌 수 있도록 하셨고, 간혹 교수님과 다른 의견을 내는 학생들에게는 “나는 그렇게 생각안하지만, 넌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그 말도 일리가 있다.”라고 말씀하시기도 했다.

6. 과외같은 대학 수업

우리 반 정원은 24명이었다. 매주 있는 영작문 시험은 교수님이 채점을 해주시는데, 채점에 그치지 않고 어떤 부분이 어떤 이유로 잘못되었는지 코멘트를 달아주셨던 점이 정말 인상깊다. 가령, 복수/단수 실수라면 Plural의 약자인 ‘Pl’을, 시제가 잘못되었다면 Wrong Tense의 약자인 ‘WT’, 단어 선택이 잘못 되었다면 Word of Choice의 약자인 ‘WC’를 해당 부분에 밑줄긋고 밑에 적어주신다. 그리고는 숙제로 잘못된 부분들을 학생들이 직접 고치고, 내용을 보완하여 보다 더 완성된 글을 써오게끔 과제를 내주시면서 계속 훈련시키셨다. 정규수업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매일 두시간씩이었는데, 수업이 없는 매주 금요일에 하루 2~3시간씩 문법 보충수업을 열어 학생들에게 무료로 수업을 더 해주셨던 사실은 정말 지금 생각해도 너무 감사하다. 분명 작은 규모의 수업이 아니었는데도 마치 과외를 받는것처럼 매우 꼼꼼히 관리를 받은 느낌이었달까. 모든 미국 교수님들이 이렇게 꼼꼼하게 봐주실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교수님이 특별히 꼼꼼히 봐주시고, 학생들을 위해서 시간을 많이 할애하시는 분인듯했다. 만족도는 당연 별 다섯개. 내 생에 처음들어보는 영작문 수업인데다가, 수업내용을 영어로 이해하고, 문법을 영어로 공부해야하는 상황에서 과제도 많고, 쉴틈이 없었지만, 정말 많이 연습하고 배울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던것 같다. 원어민 선생님도 꼼꼼히 문법을 가르쳐 줄 수 있고, 심지어 원어민 귀에만 들리는 미묘한 뉘앙스와 차이까지도 알려주니 한국의 내놓으라하는 스타강사 선생님 문법수업이 부럽지 않았다.

교실에서는 칠판, 화이트 보드, 오버헤드 프로젝터 (over head projector) 및 컴퓨터 프로젝터등이 사용되었다

단어는 독해를 통해 자주 눈에 익히고, 또 많이 써봐야 외워진다. 쓰기도 마찬가지로 많이 써봐야 는다”

첫번째 주 수업시간에 언젠가 교수님이 하셨던 말이다. 여러차례 들어보았고, 이미 알고 있는 이 말이 왠지모르게 머릿속에 잔상처럼 계속 남았다. ‘작문 실력이라는게 하루 아침에 급격히 늘 수는 없으니, 꾸준한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하실려고 했던거겠지.’ 이렇게 생각하니 왠지모르게 마음이 가벼워졌다. 이 수업을 듣는다고 내 작문실력이 엄청 느는건 아닐테지만, 적어도 테크닉과 기본은 제대로 배우기로 마음 먹었다. 교수님이 가르쳐주시는 것들은 모두 흡수할 수 있도록.

하지만 나의 계획과 달리 좋은 학교로 편입을 하기 위해 이 수업을 통과를 해야만 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있다보니 점수에 목메이지 않았던 나도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동요되어 점수에 신경쓰게 되었고, 시험이 여러개 몰린 마지막 주에는 부담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특히 성적에 25퍼센트나 반영이 되는 마지막 에세이는 제한 시간인 1시간반 안에 4개의 문단으로 (서론 1개 – 본론 2개 -결론 1개) 이루어진 완성된 에세이를 작성하는 시험이었는데, 한 문단 안에 7-15개의 문장이 들어가야하니, 이건 한국어로 쓰라고해도 애초부터 어려운 시험이 아니던가.

그러던 중, 시험을 앞둔 주말에 우연찮게 소설가 김연수의 <소설가의 일>에서 이런말을 보게 되었다.

처음 쓴 모든 글은 초고가 아닌 토고이다.”

제아무리 훌륭한 작가가 글을 썼다 해도 초고는 원래 다 ‘토가 나올 것 같은 원고’ 라는말인데, 글에서 토가 나올 정도로 악취를 풍기는 문장을 작가는 악취가 풍기지 않을 때까지 계속 고치고 또 고쳐야 한다는 말로 해석될 수 있다. 그 지겨운 작업의 과정을 거쳐야만 완성된 글이 나온다는 얘기이다. 나 또한 블로그 글 하나 작성하는데에 초고부터 시작해서 수십번의 편집과정을 거치느라고 적게는 며칠, 길게는 몇달이 걸리는데 한국어도 아닌, 외국어로 두시간이 안되는 제한시간안에 완성된 글을 작성한다는게 당.연.히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이 글도 지금 2주일째 야금야금 편집하고있다) 그리고 당연히 어려운 시험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다. 가벼운 마음으로 최종 시험을 마치며 나는 이렇게 여름학기 영작문 수업을 무사히 마쳤다.

6주동안 수업안에서 배운  어마어마한 양의 교재, 보충물들, 과제 및 시험지들 

수업을 통해 내가 얻은 것들  

1. 콤마, 세미콜론 따위!

예전에는 느낌 가는대로 적었었던 쉼표와 쌍반점으로 불리는 세미콜론. 이 구두점들의 사용법을 수학공식처럼 알려주신 교수님 덕에 이제는 정확한 사용법을 알게되었다. 다시 문법시험을 보면 자신있게 볼 자신이 있다. 그런데 영어랑 한국어의 구두점 사용이 같은지는 잘 모르겠다는 오점이 ^^; 한국어의 구두법 사용도 찾아봐야 할듯 하다.

2. 바쁘니 걱정할 틈, 우울할 틈이 없다.

어디 근처 놀러가는것도 정말 처음에 이민 오고나서 한 때이고, 매일 집에만 있다보니 쉽게 축 늘어지고 머릿속에는 별별 생각들이 다 들어 때론 괴롭기까지했다. 하지만 학교에 매일 나가 두시간 수업을 듣고, 집에와서 점심먹고 집안일 하고 숙제하다가 저녁먹고 또 숙제를 하다보면 벌써 밤 11시가 훌쩍 넘어서 자야할 시간이 되어 딴 생각을 할 틈도, 우울해질 시간도 없었다. 학생신분이나 취업비자로 온 경우가 아니고, 나의 상황처럼 미국인 신랑따라 혹은 한국인 신랑을 따라 미국에 온 경우에는 적어도 현지에서 취업을 하거나 풀타임 학생으로 학교를 다니지 않는 이상, 남는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야할 지 몰라 나와 같은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분들이 분명 있으실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와 같은 상황에 계시는 분들에게 주변 전문대학 수업 하나 또는 둘정도 듣는것을 적극 추천한다. (덤: 영주권자는 이민오고 1년뒤에 지역주민으로 인정받아 학비가 훨~씬 저렴해질 수 있다)

3. 자신감 및 자존감 회복 

수업시간에 교수님은 질문을 참 많이 하셨고, 학생들도 답을 잘하는 편이었다. 내가 말한 대답을 듣고 “Good” 이라고 반응하는 교수님의 말 한마디는 – 사실 교수님은 큰 의미없이 말씀하신걸지도 모르겠지만 –  바닥을 치고 있던 나의 자신감을 조금 조금씩 채워주고 있었고, 우연히 좋은 점수를 받게되는 시험에서도 용기를 받아 나의 자존감도 조금씩 회복되고 있었다. 그렇게 여름학기 내내 이 수업은 나에게 자신감이라는 테트리스 조각을 하나하나 내려 다시금 나의 자존감을 차곡차곡 쌓을 수 있게 도와주고 있었다.

4. 동기부여

조교없이 밤낮으로 일하고 주말까지도 반납하고 일하는 교수님, 시험을 위해 밤새 공부하고 뜬 눈으로 학교에 와서 시험을 치루는 학생들, 단어 하나하나 유의어를 찾아 적어가며 보통 학생들의 두세배로 공부하는 학생, 만삭임에도 배움의 의지로 매일 학교를 오는 주부학생들등 둘러보면 우리반에는 나에게 동기부여를 주는 사람들 천지였다. 이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으면 엄청난 자극이 된다. 나도 다시 열심히 도전하고 싶다는 욕심이 어느새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몽글몽글 올라오고 있었다.

5. 영어 기사글, 이리오시오! 

수업하나 들은것 뿐인데 정말 신기하게 영어로 읽는 전문의 두려움이 없어졌다. 외려 더 적극적으로 찾아 읽고 싶어졌다. 각 글의 작가들이 어떤 문장 형태와 어떤 단어를 썼는지 궁금해서 더 보게 되었다. 영문기사만 보면 읽다가 모르는 단어나 표현이라도 나오면 이내 읽기를 포기하던 습관을 없애고, 오히려 더 읽으려는 관심까지 가지게 되었으니 이제 됐다.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이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최소한 1만 시간의 훈련이 필요하다 (you have to have 10,000 hours in a subject to be an expert)“라고 말했던것 처럼, 나도 1만시간 이상을 들여 영어전문을 읽고 쓰다보면, 영어실력이 모국어인 한국어만큼 비슷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니, 그렇게 될 수 있을꺼라고 믿는다.


끝으로, 

학교를 다니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니 여러가지 이야기도 듣고 영감도 얻고 여러모로 좋은점이 많았다. 숙제를 너무 많이 준다고, 또는 점수를 너무 짜게 준다고 투덜거리는 학생을 보며 저 학생들은 수업하나 준비하는게 얼마나 힘든지 알려나 싶다가도 나도 대학교 다닐때에는 똑같이 투덜거렸던게 생각나기도 했고, 만삭으로 무거운 몸을 이끌고 열심히 수업을 듣는 주부 학생분들을 보며 나는 저렇게 못할것 같은데, 정말 대단하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조교없이 채점과 꼼꼼한 코멘트를 주시려고 주말을 반납하고 일일이 숙제 및 보충 인쇄물 챙기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셨을 교수님께 정말 감사하다.

아무쪼록 정말 유익하고, 재미있는 여름학기 영작문 수업이 이렇게 막을 내렸다. 구두점 정복, 목표점수 달성, 자신감 회복등 애초에 계획했던 나의 목표를 모두 달성했다. 그리고 내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많은 것을 배운것 같아 너무 감사하다. 자존감도 기존의 10%에서 60%으로 채워진 느낌이다. 이제 나머지는 취업을 하면서 채워나가기를 기대해본다. 6주라는 시간동안 매일 본 학급 친구들이지만, 좀 더 길게 보며 더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것 같다는 아쉬움도 들지만 언젠가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면 반갑게 인사하는걸로. 나도 그 친구들처럼 주변에 귀감이 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다시 열심히 살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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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ena

캘리포니아에서 활동하는 블로그 운영자이자 콘텐츠 제작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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