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3일 오후 2시 출국날, D-day
엄마의 지인 도움으로 인천공항으로 무사히 도착하고, 엄청난 짐을 체크인하고나서 넷이서 함께 점심식사를 했어요. 아빠는 일때문에 못오고 아침에 인사만. :'( 괜시리 입국수속게이트까지 엄마가 데려다주면 지난번 호주로 떠났을때처럼 엄청 우실것같아서 이번에는 신랑과 제가 엄마와 엄마 지인분을 입국장 밖에 횡단보도까지 배웅해드렸죠. 항공편은 오후 6시였는데 해지기전에 엄마를 보내려고 (날이 어둑어둑해지면 더 우울해지실까봐) 일찌감치 공항에 도착했었더랬죠. 그렇게 주차장까지 걸어가는 엄마 뒷모습을 보면서 안울거라고 다짐했었는데 결심은 이내 와르륵 무너지고 눈물이 주룩주룩. 계속 울던 저를 신랑은 달래느라 고생 좀 했습니다. ㅠㅠ

엄마랑 헤어지기전 엄마랑 신랑이랑 셋이 한컷. 짐양을 줄이겠다고 옷을 겨울옷 봄옷을 합쳐 네겹이나 껴입은 저는 굴러갈것같아 보이네요;; 닮은 듯 안닮은듯한 모녀입니다. 후훗

면세점도 왔다 갔다 구경하고 화장실 몇번 왔다갔다하니 벌써 탑승시간은 다가오고… 기내에 탑승하고서는 출국전 며칠전에 부리나케 서점에서 구입한 에세이전 즐겁고 신나고 따뜻하게 를 읽어나가기 시작했어요. 몇년전부터 간간히 읽어오던 블로그가 낸 첫 에세이집인데, 긍정적인 사고로 힘든 시간을 견뎌내고 이겨내는 모습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조건없이, 아낌없이 서로를 사랑하는 모습, 늘 도전하는 모습, 국제결혼에 대한 편견을 이겨내는 모습을 보며 읽는 내내 긍정적인 기운 한가득 받았네요. 미국으로가는 11시간 비행동안 먹고 자고 영화보다가 책도 간간히 읽어내려갔습니다.

이용했던 싱가폴 항공기는 승객이 1/3 정도밖에 없었기 때문에 Economy 모든 승객이 한줄씩 잡아 누워서 왔어요. 싱가폴 항공사는 음식, 간식, 좌석, 서비스, 음료 모두 별 다섯개!!! 지극히 개인적인평가이지 말입니다. ㅎㅎ 그리하여 정장 11시간 비행을 마치고 내 인생 두번째 미국 입국수속을 하게되었습니다. 2014년도 휴가차 왔을때에는 방문객 카운터로 갔지만 이번에는 시민/영주권자 카운터로 총총총.
이번에는 영주권자로 왔으니 빨리 수속되나했는데 왠걸. 비자인터뷰보다 좀 더 긴 인터뷰에, 주한미국대사관에서 보내준 엄청난 비자서류원본을 다 일일이 검토하는거 있죠. 족히 한시간은 걸렸던것같습니다. 그래도 출입국직원은 친절한 젊은 남자분이였음. 신랑이 샌디에고 야구팀 경기장에서 일했다는게 신기하다며 야구얘기하다가, 본인 출신들 대학교 얘기하고… 전혀 험한 분위기가 아니라 다행이었어요.



긴 입국수속후에 입국장 게이트로 나가니 시부모님이 함박웃음으로 반겨주셨어요. 가족상봉의 기념 사진은 없으니 패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시댁까지는 대략 1시간 반정도입니다. 고속도로에서 Windows 배경화면같은 배경샷 몇장 찍었어요. 탁 트인곳을 보니 드디어 미국에 온게 실감이 납니다.

어머님께서 간단히 저녁을 치즈샌드위치와 토마토스프로 준비해주시고 (이유인 즉슨, 미국음식이 짜서 지난번 방문했을때 첫날밤에 밤새 고생했음 ㅠㅠ) 우리는 한국과 일본 여행에서 가져온 선물들을 풀었어요. 그 중에 친구 킴쓰가 결혼선물로 신랑이랑 나랑 입으라고 선물준 잠옷은 시부모님께로 (왜냐면 너무 길어서 ㅠㅠ 킴쓰 그래도 사랑해!).. 그래도 덕분에 한국의 보들보들한 극세사 잠옷으로 초큼 추운 캘리포니아의 겨울을 시부모님이 따스하게 보내실 생각에 너무 행복합니당. 고마워 킴쓰!

이 방은 시댁에 머무를동안 신랑과 제가 쓰게 될 예전 두번째 시누이가 쓰던 방입니다. 신랑에 의하면 현재 방안에 있는 모든 소품과 물품은 시부모님이 새로 들여다 놓으신거고 예전에 누님이 자라면서 썼던 방과는 분위기가 아주 다르다고 하네요. 어쨌든, 가지런하고 깨끗한 방입니다. 저희 편히 쓰라고 서랍장도 다 비워주시고, 수건도 꽉꽉 채워주셨어요. ^^ 그리고 이 사진의 포인트는 아버님이 코스트코에서 인화한 대형 사진! 이메일로 아들과 며느리에게 받았던 사진을 모아서 출력해서 액자에 저렇게 넣어주셨어요. 며느리는 초감동했는데 정작 아들은 쑥스러운지 저런거 왜 했냐고 궁시렁궁시렁. ^^;;;

미국에 오면서 가장 기대하고 두려웠던건 바로 치즈와 빵. 한국과 달리 서양은 치즈의 종류가 훨씬 다양하고 부담스럽지않은 가격이라 고대하고있었어요. 물론 시댁에 머무는 몇달동안은 치즈와 빵밖에 못먹겠지만… 그래도 저는 마냥 좋습니다!! >.< 요건 동네 마트 Raleys에서 파는 Mediterranean Sandwich 였던것같아요. 채식샌드위치였는데 빵이 뭔가 초코맛이 나는것같고, 소스는 중동에서 많이 먹는 츠즈키 소스였어요. 시큼한 요구르트같은 맛. 신랑은 맛없다고 했지만, 저는 엄지척!!!

요것은 우리 시부모님이 매주 금요일마다 드시는 Round Table 레스토랑의 피자와 샐러드입니다. 무한 샐러드….사랑해요. 정말 샐러드바는 한국과 비교 불가! 피자도 토핑가득하지만 한국보단 치즈가 적어서 저에겐 취향 저격! 얇은 크러스트도 너무 좋아요. 미국 피자는 그래도 한국피자보다는 확실히 짭조롬 하네요.

그 유명하다던 맥앤치즈 (Mac and Cheese? 이렇게 쓰는게 맞나?). 마카로니 치즈의 줄인말인것같은데.. 어쨌든, 첫주 어느날의 저녁입니다. 버터발린 빵과, 황도, 미니 당근 (미니 당근 정말 달고 맛있어서 미국와서 당근만 엄청 먹고있어요. 한입사이즈라 계속 먹게되요. 수분가득품은 당근 진짜 맛나요!) , 맥앤치즈 그리고 치킨텐더. 치킨텐더는 오븐으로 구웠는데 너무 바싹하게 구웠나? 그래도 감사하게 먹었습니당 🙂 한국음식에 비하면 확연히 다른점이 보이시나요? 빨간색 소스들이 없네요. ㅠㅠ 매운음식이 그립기 까지는 이후 정확히 23일이 걸렸습니다.

시댁에 사는 시부모님, 신랑과 저의 또 다른 가족을 소개할께요! 앨리(Ellie)입니당. 5살된 퍼그이고요, 애교도 없고 똑똑하진 않고 아주 못생겼지만 아주아주아주아주 귀여워요. 흐흐흐(이건 디스아님, 정말 사실적인 묘사!). 쓰다듬어주는거 좋아하고, 공놀이, 물건 빼앗기 놀이 좋아하고, 사람에게 짖지 않지만 새를보면 마구 짖어대고, 아침 7시에 일어나서 낮잠을 수없이 내킬때마다 자다가 밤 7시반이면 숙면을 취하러 2층 본인방(옛 신랑방)으로 올라가는 귀요미입니다. 시댁에 있는 동안 앞으로 자주 등장할 앨리에요. 잘 부탁드려용.

미국에 온 이후로 주말마다 시부모님을 따라 교회에 가려고 합니다. 새로운곳에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출발하는 만큼 저 스스로의 기도가 절실하더라고요. 물론 한국에 계신 엄마의 압박도 없지않아 있었지만 100% 저의 결정으로 몇년만에 다시 주일마다 교회 출석하게되었습니다. 어머님이 성가대에 서시기때문에 아침 오전 9시예배를 위해서 7시 10분이면 집에서 출발해야되지만…교회갔다오면 마음이 안정되고, 졸더라도 목사님 메세지는 이상하게 귀에 중간중간에라도 쏙쏙들어오네요. 이 교회는 신랑이 어렸을때부터 고등학교때까지 잘~ 다녔던 교회입니다. 참, 우리교회 성가대, 그래픽팀, 최고에요. 눈과 귀가 주일마다 즐거워요. 🙂


주일예배후 코스트코에 들렀습니다. 사이즈에 한번 놀라고 (엄청나게 큰 대형창고 느낌) 엄청난 종류에 또 한번 놀랐습니다. 역시 주말이라그런지 코스트코에 사람이 정말 많네요. 사진은 사람들 없는곳을 요령껏 찍었어요.
초기 정착하는 당분간 2-3달 동안은 시댁에 있을 예정이에요. 자식들이니 숙식 모두 제공해주신다고 (심지어 필요한 생필품도 모두 사주신다고) 하셔서 아들부부는 시댁에 머무르는 동안 열심히 집안일을 도와드릴 예정입니다. 결혼전에는 각자 집에서 집안일도 잘 안도와드렸는데 결혼하고 둘다 철들었나봐요. 저도 작년에 퇴사후에야 미국 이민 준비하는동안 집안일 매일 도와드렸었는데… 너무 늦게 도와드리기시작한것같아서 엄마에게 많이 미안합니당 ㅠㅠ 그래도 인생 60부터라고 하지않았나요? ㅎㅎ 친정 부모님, 시댁 부모님 저희가 앞으로 잘 할께요. 사랑해요 <3 <3 <3
Ciena의 일상생활 이야기는 주마다 새로운 글을 업로드하는게 목적인데.. 3월/4월은 밀려서 꾸준히 기회 닿을때마다 쓸 예정이에요. ^^;; 그럼 다음회에 봐요!